5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전국교수공제회에 대해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렸다.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 공제회의 남은 자산을 회원들이 나눠받을 수 있다. 하지만 회원들이 받아야 할 돈은 2800억원대인 반면 공제회 자산은 1800억원대에 불과해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2부(부장판사 구회근)는 9일 전국교수공제회에 대해 “공제회에 지급 능력이 없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는 이유로 파산 선고를 했다. 법원은 회원들이 받아야 하는 채권을 신고하는 기간을 오는 11월23일까지로 정했고, 제1회 채권자집회는 12월20일에 열기로 했다.

파산 선고 후 법원은 채권자집회를 열어 채권 신고 및 조사를 한 후 공제회 자산 매각 등을 거쳐 피해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법원과 공제회 피해자들에 따르면 공제회가 회원들에게 반환해야 하는 돈은 약 2829억원이지만 남은 자산은 약 1861억원(취득가 기준)에 불과하다. 남은 자산도 실제 매각을 거치면 1000억원대에 그쳐 3분의 1을 약간 웃도는 정도만 반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 신청은 공제회 회원 중 일부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와 별도로 또 다른 회원 일부는 같은 달 24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법인 파산은 자산을 정리해 채무자들에게 나눠주는 ‘청산형’이지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공제회를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나누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 법원 측은 “9일 파산 선고가 났지만 현재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서 별도로 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며 “이 법정에서 회생 개시 결정이 나면 파산절차는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서울 부산 광주 소재 건물 임대료로 연 4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파산을 통해 회원들이 빨리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긴 하지만 공제회 자산이 정리될 경우 시가의 60%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산을 신청한 회원들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유사 수신행위를 한 공제회가 회생 절차를 밟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수원지검 특수부는 대학교수 등 회원 5400여명을 대상으로 예·적금 상품을 불법으로 판매, 이 중 55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공제회 총괄이사 이모씨(60)를 구속 기소했다. 공제회 주재용 회장(79)도 이후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자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소속 교수 300여명과 현직 국회의원, 모 대학총장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씨는 “전국에 금감원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공제회는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고운/김우섭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