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대사공백 깨고 부임후 총리 등 고위인사들과 연쇄 회동
왕야쥔 주북中대사 '광폭행보'…"북중관계 중대기회 직면"
왕야쥔(54) 주북한 중국대사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끈다.

2021년 2월 리진쥔 전 대사 후임으로 내정되고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내정된 지 2년 1개월이 경과한 3월 말에 부임한 후 북한 요인들과 잇달아 회동하고, 이런 사실을 대사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27일 주북한 중국대사관 위챗 계정에 따르면 왕 대사는 지난 25일 대사관에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윤정호 대외경제상, 승정규 문화상, 임경재 도시경영상 등 북한 장관급 이상 인사들과 박명호 외무성 부상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리셉션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왕 대사는 인사말을 통해 "조선(북한) 당과 정부가 엄격한 방역 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나의 입국 및 부임을 허용하고 열정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일련의 일정들을 마련해 준 것은 조선 당과 정부가 중·조(중국과 북한)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왕 대사는 이어 "현재 중·조 관계 발전이 중대한 기회에 직면했음을 느낀다"며 "신임 중국 대사로서 나는 중·조 우호를 이어가는 위대한 사업에 온몸과 마음을 던지고, 중·조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대사는 지난달 초 최룡해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데 이어 이달 들어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윤정호 대외경제상 등 북한 정부 요인들과 잇달아 부임 인사를 겸한 회동을 했다.

왕야쥔 주북中대사 '광폭행보'…"북중관계 중대기회 직면"
2021년 연말로 추정되는 전임자의 귀임 이후 1년 이상 이어진 주북 중국대사의 공백을 채우자마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공조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방역을 이유로 한 북한의 국경 봉쇄로 북중간 고위급 인적 교류가 장기 중단된 상황에서 왕 대사가 의식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왕 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정책통으로 경력을 쌓아가다 2018년 차관급 공직자로는 이른 편인 49세에 공산당의 당대당 외교를 담당하는 대외연락부 부부장으로 발탁됐다.

대외연락부 부부장 시절인 2018년 11월 중국 예술단을 이끌고 방북하는 등 대사 부임 전에도 북한 관련 업무 경험이 있었다.

최근 심상치 않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변수이긴 하지만 왕 대사의 부임과 현지에서의 적극적 행보를 감안할 때 북중 간 고위급 인적 왕래 재개도 모색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중 현직 정상의 만남은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때가 마지막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