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비대면 진료 합법화’를 적극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 되자 방향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대면 진료 법안은 지난 18대 국회부터 14년간 추진됐지만 번번이 국회 벽에 막혀 무산됐다. 비대면 의료 관련 산업계는 코로나19로 물꼬가 트일 듯하던 제도화의 길이 또 막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단독] 코로나로 물꼬 튼 원격의료…다시 막는 野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등 산업계 요구를 대폭 반영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었지만 철회하기로 했다. 전 의원은 한국경제신문에 “법안이 너무 규제를 푸는 내용이라 동료 의원들이 공동 발의를 꺼리고 있다”며 “(이미 제출된 법안에) 역풍이 불 우려가 있어 발의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제도화를 추진했다. 이에 맞춰 당에선 강병원·최혜영 의원이 지난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입법화에 나섰다. 국회에 계류된 두 법안은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 만성질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 의원은 발의하려던 법안에서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를 ‘초진’ ‘경증’ 환자로 넓히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야당이 굳이 입법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이 법안은 끝내 빛을 못 보게 됐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규제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신현영 의원이 비대면 진료 온라인 플랫폼의 환자 유인행위, 의료 광고 등을 규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연내 여당과 법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기는 불분명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이유로 의료계 요구를 비교적 많이 반영한 최혜영 의원 안을 밀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된 민주당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이지 않아 연내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