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걸어갈 길 말할 것" 29일 대권 출사표
야권의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이 오는 29일 대선 출사표를 던진다. 지난 3월 초 검찰총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지 3개월여 만이다. ‘공정’ ‘상식’ 등을 내세우면서 반(反)문재인 전선 구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X파일’ 논란 등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하겠다고 밝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X파일 의혹에 정면 돌파 선택

윤 전 총장은 24일 대변인을 통해 “29일 오후 1시 서울 양재동에 있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 선언문에는 ‘공정’ ‘상식’ ‘정의’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출마 선언 장소로 정한 것 역시 이 같은 메시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차기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강조한 만큼 보수와 중도, 탈(脫)진보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메시지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발표 현장에서 기자들과 ‘즉문즉답’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X파일과 관련된 의혹 등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X파일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지만,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윤 전 총장이 이번 해명 과정에서 지지율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대변인이나 측근을 통한 ‘전언 정치’ 논란도 가라앉을 것으로 점쳐진다. 윤 전 총장을 아는 지인들은 “전언 정치는 윤 전 총장의 스타일이 아니다”며 “정면 돌파형으로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면 국민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 반등 주목

윤 전 총장은 당초 7월 초까지 대권 도전 선언을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조기 등판을 결정했다. 대변인 사퇴와 X파일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21~22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1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2.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직전 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2.8%포인트 떨어졌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최대 낙폭이다.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22.8%)와의 격차도 한 자릿수로 줄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로 직전 조사 대비 4%포인트 떨어지며 이 지사(27%)에 이어 오차범위 밖 2위에 머물렀다.

정치권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유력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윤 전 총장의 조기 등판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했다. 최 원장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3.6%의 지지율을 얻어 전체 6위, 야권 3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하태경 의원이 대권 선언을 한 가운데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입당 압박이 거세지만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 선언과 함께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주일에서 보름가량 민생 투어를 한 뒤 7월 중순쯤에야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대권 선언이 공식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강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공세를 펼쳤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SNS에 “(윤 전 총장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 청문회로 검증됐다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대선 후보 검증은 가벼울 수 없다”며 “정치공격으로 치부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헌법재판소는 윤 전 총장 측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사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검사징계법 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거나 부적법한 청구일 때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현재 계류 중인 징계처분취소소송에서는 징계처분의 절차적, 실질적 위법성을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안효주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