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상속세 인하 검토해야"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입법조사처가 “상속세율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21대 국회에 권고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율이 탈세를 조장하고 가업 승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1대 국회가 수도권 규제에 대해 합리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9일 발간한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21대 국회에서 명목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고율 상속세가 납세자의 탈법을 조장하고 저축과 투자, 사업 승계를 통한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실질 세 부담률에 대한 해외 주요국과의 면밀한 비교·검증을 바탕으로 상속세율 인하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상속세 최고 세율이 일본(55%)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50%)보다 낮다. 또 모든 상속인의 최고 세율이 같은 한국과 달리 배우자와 자녀·부모 상속인은 비과세하거나 제3자 상속인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수도권 규제에 대해서도 “합리적 개선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현행 수도권 규제가 지역의 특성 및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특정지역에 여러 규제가 중첩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수도권 규제를 효율적으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 입법·정책 조사분석 전문기관이다. 국회가 새로 임기를 시작할 때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해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를 작성한다.
국회 싱크탱크의 이례적 지적…"세계 최고수준 상속세가 탈법 조장"

"21대 국회, 상속세 인하 검토해야"
국회입법조사처가 21대 국회에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 전반 개선을 주문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명목세율 인하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40%에 육박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과세형평성을 위해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승용차 구매, 골프장 이용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는 시대 변화에 맞춰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상속세율 인하 필요…부작용도 작아”

국회입법조사처는 9일 발간한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에서 세제와 관련해 상속세율 인하 논의를 ‘1순위 과제’로 제시했다. 상속세율 인하를 검토해야 할 이유로 △탈세 조장 △가업승계 방해 △낮은 상속세 세수 비중 등을 꼽았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상속세율이 높다 보니 상속인들이 사전에 미리 나눠 증여를 받는다든가 명의변경 등으로 세금 회피에 나설 유인이 크다”며 “가업승계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세수에 미치는 부작용이 작다는 점도 세율 인하의 이유로 꼽혔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상속세의 세수 비중은 2018년 기준 0.9%에 불과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러나 상속세 인하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아직 부유층의 자산축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상속세를 통해 빈부격차 문제를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요구도 큰 편이라는 점에서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상속세 인하는 다분히 이념적인 사안”이라며 “상속세제에 대한 인식 변화와 상속세의 소득배분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줄여야”

국회입법조사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 증가는 근로소득세 과세 기반을 축소하고, 과세대상자의 세부담을 증가시켜 과세형평성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는 2013년 531만 명에서 2018년 722만 명으로 늘었다. 면세자 비율은 같은 기간 32.4%에서 38.9%로 높아졌다. 그 결과 과세대상자 1인당 세부담은 2013년 202만원에서 2018년 320만원으로 63.0% 늘었고, 과세대상자 유효세율(소득 대비 소득세 납부액)은 같은 기간 4.9%에서 7.7%로 높아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높은 면세자 비율은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소득세율 구조 정상화와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으로 면세자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와 함께 전반적인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도 주문했다. 국세감면율은 2016∼2018년 13% 수준이었으나 2019년 14.5%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는 15.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비과세·감면제도는 한 번 도입되면 기득권화돼 폐지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무분별한 신규 비과세·감면 항목의 도입을 방지하고 기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골프장·승용차 개소세 과세도 재검토”

국회입법조사처는 개별소비세와 관련해 과세 품목 정비를 제안했다. 경제 성장 및 국민 소비 패턴의 변화 등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이나 장소 입장행위, 유흥음식행위 등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승용차, 휘발유·등유 등 유류, 담배, 골프장·경마장·카지노 출입 등에 적용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년 기준 인구 2.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의 타당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골프도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은 만큼 골프장 이용에 대한 과세는 개별소비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개별소비세 폐지 여부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