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동행] "전화주세요"… 핫라인 명함으로 표심 구애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4일 유세 도중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명함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용 명함에는 보통 후보의 핸드폰 번호까지는 넣지 않지만 김 후보는 자신이 실제로 사용하는 핸드폰 번호를 넣은 것은 물론 이를 시민들에게 건네며 직접 연락을 당부했다.
김 후보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래야 시민들과 직접 소통이 된다.
실제로 명함을 받고 전화를 걸어주시거나 문자로 자료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자신만의 유세방식을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날 아침에도 새벽 5시에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잔을 마시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이후 생긴 버릇이다.
오전 7시 서울 관악구의 집을 나서는 김 후보의 손에는 갈아입을 셔츠 두벌이 들려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지하철을 탔겠지만, 이날은 아침 라디오 인터뷰가 예정돼있어 승합차로 첫 유세 장소인 연신내역까지 이동했다.
승합차 뒤에는 갈아입을 셔츠와 양복이 여러 벌 걸려있었다.
남색 양복을 입고 집을 나섰지만, 연신내역 유세 때는 회색 바지에 회색 운동화, 흰색 선거운동 점퍼로 갈아입었다.
오후 외신기자 클럽 간담회 때는 다시 남색 양복에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변신했다.
이동할 때 타는 승합차는 김 후보의 탈의실이자 전략상황실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동하는 내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확인했고, 정책팀에서 정리한 지역별 현안을 꼼꼼히 살피며 다음 유세 발언을 준비했다.
이날 하루 동안의 유세에서 60대 이상의 노인층은 김 후보를 반기는 경우가 많았다.
손가락 두 개를 흔들어 보이며 호응해주거나 유세차에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사전 조율 없이 경로당을 찾았지만 8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 경로당 회원들은 김 후보를 살갑게 맞았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에 찾은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는 상인들과 지나가는 시민들이 자장면과 바나나, 박카스를 건네며 응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자장면을 비벼서 한 그릇 뚝딱 했고, 바나나도 마저 먹고 나서는 큰절을 하며 "저같이 욕 많이 먹는 정치인에게 욕을 안 하고 먹을 것과 미소를 주셨다. 큰절 올릴 테니 표도 꼭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젊은층은 김 후보를 외면하거나 못 본 척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유세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항의를 표시하는 시민도 있었다.
왕십리역 앞 유세 때는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는 젊은 아기엄마에게 "아기가 잠이 안 깨려나 모르겠네요"라며 말을 건넸지만 외면당했다.
김 후보는 "젊은층이 생각을 바꿔 우리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하고 "젊은층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60세 이상이 25%가 넘고 이분들의 투표율이 높다"면서 지지를 기대했다.
오전에 찾은 왕십리 행당시장에선 한 상인이 김 후보에게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상인에게는 "단일화하려는데 저쪽에서는 좀 그렇지"라고 말했지만, 기자에게는 자신과 구청장, 구의원 후보가 연관돼 있음을 거론하며 "(단일화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후보는 광진구 유세를 마친 뒤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음날 유세 일정을 점검하고 낮 동안에 보지 못한 방송 뉴스를 확인하느라 김 후보가 사는 관악구 빌라의 불은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꺼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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