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질문권’을 따내려는 내외신 기자들의 취재 경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질문은 정치·외교, 경제, 사회 분야를 합쳐 17개로 제한돼 210명 참석 기자 수를 감안하면 경쟁률은 12 대 1에 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돼 참석 기자들은 저마다 손을 들며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진행을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들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기자들은 문 대통령과 눈을 맞추기 위해 두 손을 모두 들거나 종이와 수첩, 볼펜을 흔들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치켜들어 질문권을 따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질문자를 무차별적으로 지명하면서 중복 질문과 답변이 나오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정치·외교 분야에 이어 경제부문에 4개의 질문이 배정됐지만 문 대통령이 외신기자 2명을 잇따라 지명하면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 등 주요 경제 현안을 건너뛰고 말았다.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이른바 ‘문빠’)들의 악성 댓글을 두고 주고받은 문답도 눈길을 끌었다. 한 기자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 기사를 쓰면 격한 표현과 함께 안 좋은 댓글이 달린다”며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악플을 받은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며 “저와 생각이 같든 다르든 국민의 의사 표시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기자들도 담담하게 여기고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