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무기거래에서 요구사항 사전 보장받아야"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보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주고받기식' 협상을 진행하려면 우리도 요구사항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3일 내놓은 '방위산업 절충교역의 최근 이슈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해외 무기를 구매할 때 본계약 후 조건부 승인을 통해 반대급부(기술이전·부품발주 등)를 받는 절충교역이 아니라 계약 전에 반대급부를 약속받는 '사전 절충교역 협상 방안 승인 제도'(프리-오프셋)로 거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절충교역은 우리가 해외 무기를 도입하면서 기술이전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거래만 이뤄지고 우리의 추가적인 요구사항은 무산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는 2014년 9월 차기 전투기(F-X) 사업 본계약에 앞서 절충교역 합의 각서를 체결하면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기술의 이전을 조건부 조항에 추가했지만, 미국 정부는 핵심기술 이전 여부를 검토한 끝에 2015년 4월 기술이전이 불가하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현시점에서 프리-오프셋 도입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금을 문제로 삼고 나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분담금을 올리기 어렵다면 미국제 무기 도입 확대 등 다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4위 무기구매국인 한국이 미국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프리-오프셋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구원이 국내 방산업체와 관련 전문가에 설문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유효 응답 수 297개)의 92.6%가 프리-오프셋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오프셋 도입이 필요한 이유(유효 응답 수 469개)로는 '국가 전략적 우선순위 분야 확보'가 29.9%로 가장 많았고, '해외업체와의 충분한 협상 기간 확보' 27.3%, '현행 단위사업별 소규모·세부기술 위주 획득의 문제점 해소' 13.2%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지난해 KFX 개발과 관련한 미국의 4대 핵심기술 이전 요구 거부, 지난 9월 군사위성 발사 지연 논란 등으로 절충교역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데다가 트럼프의 당선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현행 제도로는 협상력을 발휘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프리-오프셋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