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통령이 솔직하게 말해야"…유 "앞으로 반드시 설명" 약속
'친정' 새누리당은 5분만에 면담 끝…더민주, 기존 반대입장 확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을 찾아 한달여 남은 19대 국회 임기 내에 쟁점법안을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친정'인 새누리당에서는 법안 처리에 대한 협력을 바로 약속받았지만, 야당에서는 장시간 면담을 통해 쓴소리와 반대 입장만 확인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차기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을 20여 분간 만나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관세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국민의당의 현 원내대표는 주승용 의원이지만, 주 의원이 박 의원을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총리는 면담 자리에서 "박 대표님은 의정 대선배님이시고 저야 임기가 좀 있으면 끝나지만 박 대표님은 중책을 맡으셔서 저희 법 통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시는 분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라며 낮은 자세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여소야대 정국이 되기도 했고, 그러지 않더라도 해야하지만 주요 정책을 추진하게 될 때는 반드시 솔직하고 투명하게 설명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박 의원은 유 부총리의 아버지인 유치송 전 민주한국당 총재를 언급, "선친께서 야당 정치인으로서 오랫동안 총재를 역임한 분"이라며 "유 부총리의 DNA에는 야당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누구보다 야당을 잘 이해해줄 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IMF 외환위기 때는 우리가 강한 구조조정을 하고 마른행주를 짜내는 심정으로 경제를 운용했고 국민과 노동개혁 협조를 받았다"면서 "대통령께서 솔직하게 말씀을 하셔서 국민과 국회에 노동개혁 협조를 받아야 한다.

그러할 때 우리는 제가 돌팔매를 맞더라도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과 관련, "쌍용차는 정상화됐는데도 채용을 안 해버리지 않았나.

그러니 노동자들이 불신하고 정부 말을 못 믿게 된다"면서 "이번만은 정말 국민이 믿고 이해하고 국회도 협력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고 잘해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앞서 유 부총리는 국회에서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를 20여 분간 만나 쟁점법안 협조를 요청했지만, 기존 입장차만 확인했다.

유 부총리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유종의 미를 거둬서 (법안을) 많이 통과시켜야겠다는 뜻은 읽혔는데 특정법안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더민주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규제프리존 특별법에 대해서는 "규제를 '프리존'안에서만 해제하는 것인데 전국적으로 똑같이 해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의원들의 오해가 있다"고 전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19대 때 남은 법을 빨리해보자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저도 동의한다"면서도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에 대한 기존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자본시장법에 대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에서 당선된 다섯 분의 당선자들이 이걸 우리당의 성과로 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며 "부산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하겠다"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야당 방문에 앞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만났다.

면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목이 쉰 유 부총리는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목이 팍 갔다"는 농담으로 '친정 식구'에게 인사를 전한 뒤 "19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의미에서 꼭 좀 통과시켜주십사 부탁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에 원 원내대표도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고 시급한 법안인 만큼 여야가 정치 쟁점으로 삼을 게 아니다"며 "20대 국회의 원 구성이 늦어질 개연성도 있는 만큼 19대 국회 임기 내에 최선을 다해 민생경제 법안이 처리되도록 야당의 적극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김동현 박수윤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