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뿌리' 앞세워 호남연고 부각…텃밭달래기? 대망론?
조부 김병로 생가 방문…예정에 없던 동상도 둘러봐
국민의당 "뒤늦게 호남사람인 양…쓴웃음 짓게 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일 국민의당과의 호남 주도권 경쟁을 의식한 듯 '호남 뿌리론'을 내세우며 호남 연고를 재차 부각했다.

고리는 조부인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다.

전북 순창 출생인 김 전 대법원장은 일제시대 광주학생운동, 6·10 만세운동 등 사건의 무료 변론을 맡았고, 해방 후에는 9년4개월 간 대법원장을 지내며 사법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이날 전북 선거 지원에 나선 길에 전주 덕진공원에 마련된 '김병로 동상'을 예정에 없이 방문했다.

그는 거리 '가(街)'자가 들어간 조부의 호(號)에 대해 "나라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거리인'이라는 호를 지었다.

광복 후에 또 나라가 쪼개져 있어서 마찬가지로 '걸인의 시대'가 됐다고 해서 유지했다고 한다"고 말해 옆에 있던 해설사가 "제가 해설비용을 받는 게 쑥스럽네요"라고 머쓱해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오후에는 순창군 복흥면에 있는 조부의 생가를 공식 일정으로 찾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1963년 대선 때도 야권이 분열됐다며 "지금 더민주가 깨진 원인도 바로 거기에 있다.

대통령후보 되고 싶은 사람이 거기 있어서 안 될 것 같으니까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라고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1963년에는 허정 대선 후보가 중도사퇴했다고 소개한 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그 정도로 정치인이 합리적이지 못한 것같다.

지금은 다 조금씩 환상에 젖어서…"라며 "높은 지지율이 눈에 아른거리니까, 또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까 제대로 결합이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27일 광주를 방문해 자신을 "뿌리가 여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6·25 당시 광주로 피난을 와 광주서중을 1년반 정도 다녔다.

김 대표가 호남 연고를 강조한 것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누그러뜨리며 텃밭 민심을 달래고, 전두환 정권 때 자신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국보위) 참여 전력을 둘러싼 반감을 완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더이상 킹메이커 노릇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가 스스로 '호남 대망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까지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평생 호남을 불편해하다가 뒤늦게 호남사람인 양하는 것을 보는 호남 유권자들에게 쓴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아주 불편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달 27일 트위터에서 "김 대표가 '호남 대변자'를 자처했다.

국보위 이래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고위직을 맡으면서 호남 소외에 말 한마디 했나를 생각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서울·전주·순창연합뉴스) 류지복 서혜림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