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메시지' 전할 듯…평양 방문도 타진 가능성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한 근로자 임금 문제를 비롯한 남북 갈등 요인의 해소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반 총장은 21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측 관리위원회로부터 공단 현황에 관한 브리핑을 받고 입주 기업과 의료시설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반 총장은 2시간 남짓 개성공단에 머물면서 북측 근로자와 남측 기업인을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방문에 맞춰 북측 고위급 인사가 개성공단을 찾으면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북측 인사와의 면담 계획은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방문 일정을 고려할 때 누구를 만나서 면담할 시간은 없다"며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개성공단으로 내려오면 혹시 면담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런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통해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고, 개성공단 내 동선과 의전 등은 유엔 측이 북한과 직접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개성공단은 남북 교류와 협력을 상징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남북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력한 바 있다.

이번 개성공단 방문 때도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갈등을 몸살을 앓고 있어 반 총장의 방문을 계기로 갈등 해소의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반 총장 방문 다음날인 2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이 개성공단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나 4월분 임금 지금 문제를 결론지을 예정이다.

회장단은 지난 15일 개성공단 방문 때 종전 월 최저임금(월 70.35달러) 기준으로 임금을 납부하고 차액과 그에 따른 연체료는 남북 협의결과에 따라 소급 처리한다는 담보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다.

북측이 회장단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는 점에서 임금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성공단 방문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후 첫 방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해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방식의 방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유엔의 한 관계자도 "개성공단은 남북 간 잘 되는 사업이어서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서도 "평양 방문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콘텍스트(맥락)가 다르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북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성공단 방문에 이어 평양 방문도 타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통일준비위원회와 조선일보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개막식 연설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유익한 시점에서, 해당 모든 관련국과의 합의를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방북 의사를 거듭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