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 맞댄 남북 >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14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머리 맞댄 남북 >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14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남북은 14일 7년 만의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3개 항의 합의를 도출했다. 지난 12일에 이어 두 차례 만남에서 남북 간 주요 현안에 대해 대화한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양측은 편리한 시기에 다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해 대화 창구도 열렸다. 남북관계 진전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다.

○북한 “박 대통령 신뢰 믿겠다”

남북 고위 당국자들은 이날 점심도 거른 채 총 75분간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40분간 전체회의를 열고 오전 11시30분부터는 10분간 수석대표 접촉을 가졌다. 지난 12일 1차 접촉 때 서로 인사도 나누지 않고 성급히 회의를 끝낸 것과 달리 이날은 낮 12시50분부터 오후 1시15분까지 종료회의를 가진 뒤 서로 악수하며 접촉을 마무리했다.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도 한·미 군사훈련 기간 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할 수 없다고 고집했지만, 결국 우리의 입장을 수용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합의 내용에 대해 “어떠한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남북이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하며 그 첫걸음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이기 때문에 ‘우리를 믿고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깐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다.

대신 북한은 최고존엄에 대한 상호비방을 중단하자고 제의했다. 우리 측은 이에 동의하면서 정부가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김 차장은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이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선택하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언론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북한 화해 제스처 … 이유는?

북측 대표단은 이번 두 차례 만남에서 “한번 진지하게, 진솔하게 얘기를 해 보고 싶었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집권 1, 2년차에 내부 정비에 힘을 기울였다면 3년차엔 1인 지배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경제난 해소가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올 들어 대남평화 공세를 펼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이후 가해졌던 5·24 제재조치와 유엔 안보리 제재 등에 막혀 경제 개발이 어려운 상태다.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선 경제특구개발은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기업들의 투자 회피로 가로막혀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남측 및 국제사회와 관계 개선을 통한 대북 제재 조치 완화가 절실하다. 북한은 최근 방북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와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방한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통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도 북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상당한 교역과 원조가 중국으로부터 흘러 들어간다”며 “중국과 회담하면서 북한이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도록 모든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선 핵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행동으로 핵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기 전에는 제재 조치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