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정무위서 긍정적 논의 중

은행·신용카드 거래 때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넘겨진 상태로,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법안을 긍정적으로 심의하고 있다.

개정안은 금융 관련 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를 반드시 사용하도록 한 현행법이 실제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고 비표준 기술인 '액티브엑스' 등에 지나치게 의존해 오히려 보안에 취약하다는 인식에 따라 마련됐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정부가 금융기관에 특정 인증서 사용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하고 인증·보안 기술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이 금융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여러 인증서 가운데 가장 안전한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돼 보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법안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발의한 전자서명법 개정안과 함께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국내 보안전문가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최근 "액티브엑스를 걷어내는 것과 정부 주도의 공인인증서 독점제도 개선은 지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당시 공약사항"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공감을 표현했다.

안 위원은 공인인증 제도 개혁과 관련해 "공감대가 국회 안에서뿐 아니라 대중적 논의 과정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무위 전문위원도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특정 기술의 사용을 강제하면 해킹 규모 등에 따라 국가 전체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보안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오픈넷 대표인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파일 형태로 저장되는 인증서는 안전성이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공표했다"면서 "공인인증서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미신에 가까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진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특정 시점의 보안 기술을 정부가 법령으로 강요하면 새로운 보안기술이 시장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공격 기법은 정부의 허락 없이 당장 들어온다"며 공인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 기간에 처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정무위 소위에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부당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쟁점법안으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시의성 등 측면에서 일감 몰아주기 법률안보다 다소 밀리는 데다 발의 시기도 늦어 논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의 처리 여부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넘겨 9월 정기국회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연정 기자 comma@yna.co.kr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