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박 대통령이 과거사 입장을 번복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물밑에선 잡음이 들끓었지만, 공개적인 비판은 제기되지 않았던 일이 대표적인 에피소드다. 당내에선 측근 권력이 주변에 인(人)의 장막을 치고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당선 이후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는 되풀이됐다. 새누리당은 모든 과정에서 또 소외됐고, 이렇다 할 의사표시도 못한 채 주요 이슈 때마다 박 대통령 눈치만 볼 뿐이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총리 지명 건, 국무위원 의혹 논란 등 말끔하지 못한 인사가 거듭되자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급기야 불만이 터져나왔다. 당내에선 인수위 업무에 여당 의견이 배제되면서 집권당의 존재감이 낮아지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의 한 의원은 “인수위 업무과정에서 당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고 정책조율도 거치지 않았다”며 “정부 인수인계, 정부조직법 개편안, 새 정부 인사 등 인수위의 모든 과정에서 집권여당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상식 아니냐.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이 꽤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정의 주요 현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집권당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국민과 대통령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식물 여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향후 당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