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14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 충분히 대응하고 대책을 협의해야겠지만,외교적 협상이 가능하고 남북 직접대화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한 · 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생산적일 것으로 기대되고 북한이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6자회담 재개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은 위험한 도발을 중지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수개월 동안 이어진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이로 인한 긴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방한으로 60년 동안 이어진 한 · 미동맹의 공고함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한 · 미 외교 · 국방장관회담 이후 6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양국 회담을 통해 한 · 미 동맹관계가 굳건하고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려는 의지가 대단히 강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와 관련,대화에 앞서 선행해야 할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미사일과 핵 실험의 유예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방한한 게이츠 장관이 이날 남북대화를 직접 언급하면서 중국으로부터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잇단 남북 당국 간 대화 제의는 미 · 중 정상회담에 앞서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며 "(게이츠 장관의)남북 간 직접대화 언급은 중국을 통한 북한의 드라이브성 제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 11일 방중 당시 북한이 향후 5년 안에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를 미국을 향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편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13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판단될 경우 이를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