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란 은행원에게 인사하러 가는 방탕한 소비자다. "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부상했다는 냉혹한 현실이 오바마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의미와 미 · 중 관계의 역학구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슈퍼파워 미국의 처지를 지적한 것이다. 중국이 지난 8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는 7971억달러에 달했다.

NYT는 이런 상황 탓에 오바마의 이번 방중은 과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고,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중국의 인권 개선을 훈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대신 채권자인 중국을 안심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NYT는 지난 7월의 일화도 소개했다. 중국 관리들은 당시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의 의료보험개혁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시시콜콜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야 했다. 중국 관리들은 미국인들의 건강이나 보험혜택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다. 의료보험 개혁 비용이 재정적자에 미칠 영향과 미국의 국채 상환 계획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NYT는 또 백악관이 방중에 앞서 수개월간 중국에 유화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려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면서도 환율 정책이나 핵 확산 문제,기후변화,군비 증강 등 많은 영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내세우려는 중국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 같은 양국 간 역학관계의 변화를 반영,오바마 대통령이 방중 기간에 아프리카나 유럽에서 받았던 열렬한 환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