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22일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2월말부터 7개월간 국회를 마비시켜온 미디어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로 한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협상결렬을 공식선언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결국 직권상정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성명을 통해 "정치권은 지난 7개월간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못한 채 극단적 자기 주장에 얽매여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며 "더 이상의 협상시간 연장은 무의미해졌고, 이제는 미디어법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고 미디어법 직권상정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저 자신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며 "끊임없이 협상을 종용했고, 인내를 갖고 합의를 기다렸으며 중재안까지 냈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협상시간은 국회의 공전과 파행을 연장하고 갈등을 심화 증폭시키는 것 외엔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김 의장은 전날 허용범 국회 대변인을 통해 여야에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임시국회 종료일(25일)을 코앞에 두고 여야에 조속한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달라는 당부였지만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포함시켰다.

이제 국회의장의 중재는 없는 만큼 미디어법 협상결렬을 선언할 경우 자신의 비상권한인 직권상정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김 의장은 당초 이날 여야의 최종 담판 과정을 지켜본 뒤 직권상정 여부를 결정키로 했지만 한나라당이 협상종결을 선언한 만큼 이제 시간끌기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다수결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직권상정을 통한 표결처리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수차례 직권상정을 요청했던터라 이를 더이상 외면하기도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장 스스로 미디어법은 민생과 관련된 법이 아니다고 규정했던 만큼 미디어법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으로 다른 민생법안이 희생돼선 안 된다는 의중도 직권상정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외롭고 불가피한 오늘의 결단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국민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국민에게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또 다시 보여드리게 돼 한없이 마음이 무겁고, 결코 바라지 않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조치를 부득이하게 내리게 된 점 널리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