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상 화물검색, 무기금수.금융제재 대폭 확대

개성공단 영향 안받게 하는 조항 포함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 일본 등 7개 주요국(P5+2)이 합의한 대북 제재 결의 초안은 전례 없는 강한 조치들을 담고 있다.

총 34개조로 구성된 대북 제재 결의 초안의 핵심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되고도 무기금수를 제외하면 제대로 시행이 안 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철저하게 이행하는 것을 토대로 ▲무기금수 ▲화물검색 ▲금융제재를 포괄적으로 대폭 강화한 것이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0일(현지시간) 결의안 초안을 상정, 회람한 안보리 전체회의를 마친뒤 "이번 결의 초안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매우 강력한 대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무기금수 대상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중화기 등에서 거의 모든 무기로 확대하고, 금수대상 품목을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도 검색하도록 했다.

금융제재도 기존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개인 및 기관의 금융자산만 동결하던 것에서 인도주의적이거나 개발 목적 등을 제외한 금융지원 등을 하지 말도록 하는 등 북한의 무기 개발.거래 활동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또 제재 대상 기업과 물품, 개인의 지정을 포함해 결의 1718호의 8조에 의해 부과된 조치들을 조정키로 해 제재대상 기업 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조항도 반영됐다.

이와 함께 이런 제재 조치들의 철저한 시행을 위해 회원국들이 취한 조치를 결의 채택일로부터 45일 내에 안보리에 보고토록 하고 유엔 사무총장이 제재위원회와 협의해 7명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1년간 대북 제재 이행상황을 분석하고 보고토록 했다.

안보리 주요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가장 강력하게 규탄한다'(condemn in the strongest terms)고 명시해 1718호 때 그냥 '규탄한다'고 한 것에 비해 가장 높은 수위의 비난 문구도 담았다.

당초 일본 등은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해 군사조치의 가능성도 열어두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중국.러시아 등의 반대 속에 1718호와 마찬가지로 비군사적 조치로 한정하는 7장 41조를 적용키로 했다.

안보리 주요국은 지난 4일 사실상 초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중국이 화물검색 등에 관한 용어 표현을 놓고 반대해 서 회원국에 의무적인 실행조치를 부과하는 강력한 표현인 '결정한다'(decide)가 '촉구한다'(call upon)로 바뀌어 수위가 다소 낮아졌다.

유엔 한국대표부의 관계자는 용어에 대한 신경전이 있었지만 실제 결의 실행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의 초안은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본국과 협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한뒤 모이는 안보리 전체 회의에서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돼 채택된다.

◇ 공해상 선박 검색 = 안보리 주요국은 핵 및 생화학무기뿐 아니라 이번에 금수대상이 되는 품목을 싣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북한을 오가는 모든 화물을 자국의 항구와 공항 등에서 검색토록 했다.

금수품목에 대한 북한의 바다와 하늘길을 막는 셈이다.

특히 이 경우 공해상에서도 선적국의 동의를 거쳐 해당 선박을 검색할 수 있게 해 검색 범위를 자국 영토뿐 아니라 공해로까지 확대했다.

11~17조까지 망라된 화물검색 조항은 1718호에 비해 화물 검색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모든 유엔 회원국이 의심스러운 화물 검색에 참여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1718호에는 모든 회원국이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핵 및 생화학무기의 밀거래와 이의 전달수단 및 물질을 막기 위해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는 정도로만 돼 있었다.

이번 안보리 주요국 논의에서 공해상 검색은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공해상에서의 선박 검색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중국 등이 이를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리 주요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공해상의 검색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용어를 당초 미.일 등이 원했던 '결정한다'에서 '촉구한다'로 수정해 표현 수위를 낮췄다.

유엔 관계자는 '촉구한다'는 표현 역시 법적인 확신을 갖고 촉구하는 것이어서 의무성이 부과되는 문구라고 설명했다.

이번 초안은 특히 공해상 검색에 동의하지 않는 선적국은 배를 적합한 항구로 가도록 해야하고, 각국이 검색을 통해 금수 품목을 압류.처분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와 함께 금수 품목 등을 실어나르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는 인도주의적 목적이 아닌 한 연료나 물자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도록 해 이동을 제한할 수단을 부여했다.

◇ 사실상 전면적 금융제재 = 초안 18~20조는 강력해진 금융제재 조치들을 담고 있다.

1718호에서는 각국의 법절차에 따라 북한의 핵,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국 내 자금과 기타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들을 즉각 동결하고, 북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자국 내 자금이나 금융자산, 경제적 자원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이 조치에 더해 핵.탄도미사일 또는 WMD 관련 프로그램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나 자산, 자원이 북한에 이전되지 못하도록 했다.

북한의 무기 활동과 관련한 금융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것이다.

또 북한 주민에게 직적 도움이 되는 인도주의 목적이나 개발성 목적, 비핵화를 증진시키는 용도를 제외하고는 회원국이나 국제 금융기관 및 대출기관이 북한에 새로운 공여나 금융지원, 양허성 차관 등도 제공하지 말도록 해 북한에 대한 금융 지원의 길도 막았다.

다만 금융지원 제한에서 개발 목적, 비핵화 증진 용도를 제외하고 공적인 금융지원(수출 신용, 보증, 보험 등 포함) 제한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WMD 프로그램 및 관련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하는 조항을 19, 20조에 포함시켰다.

이는 개성공단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제재로 개성공단 사업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려는 우리 측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금융제재와 여행 제한 등의 대상이 되는 북한의 핵.미사일.WMD 관련 개인이나 단체(기업) 등의 지정을 조정키로 해 제재 대상 기업을 늘리고 개인도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1718호 채택 이후 제재 대상 기업 등을 선정하지 않다가 지난 4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조선광업무역회사, 단천상업은행, 조선용봉총회사 등 3곳을 지정했다.

◇ 모든 무기 금수조치..돈줄도 차단 = 1718호는 북한의 수출이나 다른 나라가 북한에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품목을 전차, 장갑차량, 중화기, 전투기, 공격용 헬기, 전함, 미사일이나 미사일 시스템 일체와 관련 물품, 사치품 등으로 한정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수 조치들을 소형 무기와 경화기만 제외하고 모든 무기들 및 관련 물자로 확대했다.

또 이런 무기 및 물자의 제공이나 제조, 유지나 사용과 관련된 금융거래, 기술훈련, 자문, 서비스, 지원도 막도록 해 무기와 관련된 돈줄도 차단기로 했다.

또 북한에 소형 무기나 경화기를 판매하거나 제공하기에 앞서 적어도 5일 전에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통보토록 해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