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31일 "(군내 사족직인) 하나회가 그대로 있었으면 김대중, 노무현도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경영인클럽 세미나 강연에서 93년 2월 대통령 취임사를 인용, "취임 직후부터 군사문화 청산에 혼신의 힘을 바쳐 그때까지도 여전히 남아있던 하나회를 숙청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쿠데타를 주도했던 하나회는 쿠데타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다"며 당시 예편시킨 고위 장성들을 예로 들며 "수도사령관 혼자서도 쿠데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금융실명제와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등 임기 중 각종 업적을 나열한 뒤 "21세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점진적 개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금융개혁과 노동개혁은 김대중 야당 등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 차질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됐다"며 "그 때 금융.노동개혁이 성공하고 기아사태를 올바로 처리했으면 (IMF)금융위기도 오지 않았을 것이고 상당한 개혁이 성공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 민족에게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고난극복 정신과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뤄낸 열정이 있다"며 "꿈과 희망을 갖고 총체적 난국을 이겨나가자"고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강연 원고를 낭독한 뒤, 최근 불거진 '안기부 X파일' 등 임기 중 발생한 '사건'을 의식한 듯 질문답변 시간을 생략하고 취재진의 인터뷰 등은 거절했다. (서귀포=연합뉴스) 홍동수 기자 ds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