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권 행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거부권 행사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인 14일에 국무회의 소집을 지시해 둔 노대통령으로서는 그 이전에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을 그대로 수용, 공포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낼 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특검법을 그대로 발효시킬 경우 북핵문제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남북관계 경색 등 상당한 국익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와, 거부권 행사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에 반하는 것이라는 또다른 지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9일 청와대 만찬에서 `거부권 행사'라는 당내 다수의견을 전달한 반면 제1당인 한나라당은 10일 원내외위원장 회의에서 `특검제는 재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확인, 노 대통령으로 하여금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또 청와대에서 직.간접적으로 제시한 `국내 자금조성 수사, 국외 송금부분 수사제외'를 골자로 한 특검법 재협상에 대해서도 `전면 수용불가' 입장이어서 특검법 협상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상생의 정치는 종언을 고하고 무한투쟁만이 남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침에 따라 거부권 행사는 향후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의 카운터파트인 북한도 특검법 처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아태평화위 대변인 성명과 상보까지 내면서 특검법 발효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은 11일 "처음의 기류는 거부권을 행사해도 결국 특검의 늪에서 못벗어나므로 결국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었다"면서 "하지만 북핵문제로 인해 남북 대화채널이 절실한 현 시점에서 특검을 실시할 경우 남북관계 경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목하 고심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법 처리를 둘러싼 합리적 돌파구를 찾고자 지난 6, 7일엔 각계원로 및 시민단체 대표들과 연쇄면담,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한 바 있으며 9일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시중 여론을 청취했다. 노 대통령은 또 11일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 자민련 지도부와, 12일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잇단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들 회담이후 특검법 처리 문제에 대해 단안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