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고 건(高 建) 총리후보 지명자에 대한 이틀간의 청문회에서 병역문제 등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여론추이를 면밀히 분석한 뒤 의원총회에서 인준안처리 방향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특히 인준안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안과 동시 처리키로 정했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인준안과 특검법안에 대한 지금까지의 여론이 뚜렷하게 한쪽으로 형성되지 않아 고심하는 눈치다. 인사청문특위 간사였던 임인배(林仁培) 수석부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고건 지명자가 병역 및 잠적의혹 등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내지 못했고, 편향인사로 구성된 청와대 비서진에 대해 견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고 보고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전날 전국 성인남녀 1천4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2.6%)를 공개하고 "고 지명자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36.0%)와 처세의 달인이라는 평가(35.6)가 엇갈리며, 총리직을 수행하기에는 도덕적으로 문제있다는 응답이 5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선 또 위기에 잘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40.6%)이 잘 대처할 것이라는 의견(31.1%)보다 많았으나 각 설문마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20% 안팎으로 나왔다. 그러나 박희태(朴熺太) 대표 권한대행은 "고 지명자가 인준동의를 받더라도 각료제청권을 헌법대로 행사할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추천한대로 따를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당론 반대는 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특검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강행처리도 불사하겠다며 특검법안의 우선처리를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연계 가능성에 대한 으름장을 놓고 있으나 실제로 연계처리를 분명히 드러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새 정부 첫 총리 인준안을 원내전략에 따라 부결시킬 경우 원내과반 야당으로서 국정공백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부담도 있기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신주류측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의 특검관련 신축적인 협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이 "한나라당이 특검법안을 강행처리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이 총무는 "민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할 경우 같이 싸우지는 않겠다"고 밝힌 것도 한나라당이 민주당 만큼이나 원내전략 선택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