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추석연휴동안 과연 어떤 내용의 대반전 카드를 마련했을까.

정치권에서는 추석연휴가 끝난뒤부터 신한국당 이회창대표가 당총재직을
이양받는 오는 30일까지 2주일이 대선정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독자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한 상황에서
연휴이후에도 이대표의 지지도가 반등조짐을 보이지 않을 경우 여권의
대선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표를 비롯한 여권핵심부는 연휴동안 이지사 독자출마선언에 따른
동반탈당 등 당내 동요를 막고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이대표측은 대선구도가 가장 우려했던 다자구도로 재편됨에 따라 기존의
수세적인 입장에서 탈피, 적극적인 세몰이에 나서 대선정국을 정면 돌파
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대선정국을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의 양자구도로 몰고갈
복안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지사와 자민련 김종필 민주당 조순총재를 군소후보로 내밀고 범여권표의
결속을 도모하는 구상을 가다듬었을 것이라는게 이대표 측근들의 귀띔이다.

이대표는 총재직을 이양받은 직후 단행할 지도부 개편에서 추석구상의
일단을 내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표는 그동안 당대표에 김윤환고문을 기용하고 경선낙선자들을 공동
선대위원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이지사의 독자출마선언이후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사가 신당창당을 추진하면서 경선낙선자와 민주계 중진들에게 "손길"을
뻗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는 배려책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이대표는 당지도부를 보수대연합의 새로운 틀에서 전면 재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대표의 "권력분산론"을 매개로 "반DJ 연합"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하에 자민련과 국민통합추진회의를 비롯한 당외 정치세력과의 연대방안
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표의 한 측근이 "이지사의 탈당과 독자출마 선언으로 이지사 중용을
전제로한 기존 대선지도체제 개편은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보수대연합의
실현과 당지도부의 개편이 연계돼야 한다는게 당지도부의 판단"이라고 말한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김윤환고문이 최근 15대 국회 임기말 내각제 개헌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한다.

김영삼대통령과 이대표가 직접 나서 이한동 이수성 박찬종고문과 서석재
서청원의원 등에 협력을 요청하고 국회의장 총리 당대표 선대위원장 등
요직에 비주류를 적극 등용하면서 이탈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볼수 있다.

신한국당은 이에따라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 이지사 독자출마에
따른 당내 동요를 잠재우는 한편 각종 정책공약을 선보이면서 대선정국을
주도할 계획이다.

특히 이지사의 탈당에도 불구, 청와대가 총재직 이양 등 정치일정을 예정
대로 추진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천명함으로써 이대표를 중심으로한
여권결속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신한국당은 이와함께 빠르면 내주초부터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정책대안을
발표하면서 야당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통해 지지도 만회에 나설 계획이다.

집권당 후보라는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 정부측의 뒷받침을 토대로한
공세적 정책발표를 통해 정책대결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또 이대표의 "대쪽" 이미지에 걸맞게 정치개혁및 선거문화 개선, 경제규제
개혁 등 획기적인 선거공약도 선보일 예정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