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및 5.18사건과 비자금사건에 대한 1심선고공판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직대통령 등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시민들은 "역사적 범죄
행위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이번 재판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26일 두 전직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성공한 쿠데타"는 물론 권력자의 부정부패행위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은 일부 피고인에게 내란목적살인 등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박준병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대 장경섭교수(사회학과)는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을 총칼로
제압하고 정권을 찬탈한 범죄자들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은 사필귀정"
이라고 평가하면서 "재판결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도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면.복권 등의 방법으로 번복돼서는 안된다"며 "이번 재판은 단순한
사법적 판결이 아니며 사회.정치.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고려대 강성학교수(정치학)는 "재판부의 판결은 정의를 믿는 사람들에게
종국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이번 사건은 권력과
돈으로 정치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로 군림할 수 없으며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회사원 이홍록씨(대홍기획,31)는 "두 전직대통령이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한 느낌도 들었지만 이번 선고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운다는 의미에서 지극히 당연하다"면서 "일부 인사들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앞으로 검찰이 해결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대 김성재교수(신문방송학과)는 "5.18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당사자로서 개인적으로야 할말이 많지만 일단 법정심판이 내려진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한뒤 "선고형량이 다소 미흡한 느낌은
있으나 그나마 제대로 집행되길 바라며 끝까지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5.18 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공동대책위원회를 이끌어온
강신석목사는 판결을 지켜본뒤 "1백만 국민의 서명이 무색케 한 재판
결과에 실망했다"며 "이번 판결은 5.18을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구.경북지회장 최창득씨는 "진실에 입각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쿠데타와 같은 불법적인 정권찬탈의 역사를
차단한다는 의미에서 피고인들에게 중벌이 내려진 것은 당연하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재판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역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의 대형TV 앞에는
승객들이 발걸음을 멈춘채 착잡한 표정으로 선고결과를 지켜봤으며
광주 시내는 평소보다 행인과 차량 통행이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각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전직대통령
등에 대한 판결을 지켜보느라 오전에는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