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국무총리의 전격경질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하다. 전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단행된 인사였던 만큼 이를 해석하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여기다 앞으로 있게될 후속인사의 폭이라든지 정국의 향방등에 대한 관심
역시 끝없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삼대통령의 가장 확실한 개혁동반자로서 이전총리는 당초 장수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재임 4개월1일만의 퇴진으로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원칙주의와 현실정치와의 접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케하는 결과다.

이전총리의 단명을 불러온 직접적인 배경은 21일 표면화됐던
통일안보회의의 운영에 대한 불만표출로 추정된다. 이전총리는 이날
자신이 통일안보회의 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앞으로 모든 논의사항에대해서는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권에서는 물론 시중에서도 당장 논란을
불러왔다. "행정수반인 총리로서 당연한 주장이다"는 평가가 있었는가
하면 "총리가 모든것을 보고받아야 하나"하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않았다.

한편에서는 이총리 단명의 명분은 지난 4개월동안 꾸준히 축적되어
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대쪽총리"의 행정스타일은 기존의
관료조직과 부조화를 보였는가하면 "총리가 너무 자신의 인기만 의식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인사들의경우 이전총리의 정치적 야망을 지적하며 "그의 스타일은
대통령을 충심으로 모시는 모습이 아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22일 오후5시20분경 이총리의 사퇴소식이 처음 전해지자 우선 관심이
쏠린 대목은 퇴진의 형태였다. 이전총리가 먼저 사의를 표했는지 아니면
김대통령이 사표를 요구했는지 여부는 향후 정국에 간단치않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은 김대통령이 먼저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 했다. 주수석의 배경설명은 이렇다.

"이날 오후4시에 청와대에서 있었던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이
4시50분쯤 끝났다. 이총리는 면담을 마친뒤 5시쯤에 황영하총무처장관에게
사표를 제출 했다" 이로 미루어 국무총리는 주례회동시 사표를 갖고오지
않았으며 김대통령의 지시를 받은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짐작된다는
것이다.

주수석은 또 "후임총리의 내정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것도 대통령이
시간을 갖고 이총리 퇴진을 검토한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전총리가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는 추측도 만만치
않다. 대쪽성격이 말해주듯 얼굴마담으로서의 총리역은 그에게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21일의 통일안보회의를 둘러싼 이총리의강도높은 불만표출은
이미 사퇴의 수순을 밟는 전주곡 이었다는 해석셈이다.

**이총리의 경질이 가져올 앞으로의 여파는 결코 간단히 생각할 성질은
아닐것 같다. 김영삼대통령으로서는 취임초기 "잦은 장관 경질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과거정권의 누를 범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취임 1년2개월만에 벌써 3번째 총리를 맞이한 셈이
됐다. 여기다 신임총리로 내정된 이영덕 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의
후속인사도 남겨두고 있다.

통일원장관 후속인사를 계기로 몇몇장관이 함께 바뀔가능성도 일부에서는
점치고 있다. 항간에서 제기되고 있는"화합 정치"의 실현을 위한
인물교체가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당국자들은 개각폭의 확대 가능성을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이번 총리경질의 파문이 확대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분석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리경질을 계기로 김대통령이 "국민 대화합의 필요성"을
보다 구체화 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분석은 눈여겨
봄직한 것 같다.

사실 김대통령의 측근들은 제법 오래전부터 화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개혁의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고 경제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제는 화합조치의 가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부분 청와대 비서진들의
인식이다.

이런점을 고려할때 김대통령은 총리경질을 계기로 흩어러진 국론을 수습
하는 카드를 사용할수 있고 그 카드는 "화합조치"로 나타날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