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약 4년 만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오늘로 예정된 공식회담까지 두 정상 간에 어떤 얘기가 오가고 어떤 합의에 이를지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러 기간 중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하며 12항목에 걸친 중재 방안을 설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종전 교섭을 중재한다면서 러시아와 군사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이 혼란을 더한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국산 탄약이 사용됐다는 보도에 이어,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소총, 드론 부품, 방탄복 등 군사용 전용이 가능한 장비를 수출했다는 정황도 제시되고 있다. 시 주석이 평화를 중재할 요량이라면 이런 의혹부터 불식해야 할 것 아닌가. 중국은 이미 경제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를 대량 수입하며 러시아에 숨통을 틔워줬다. 여기에 군사기술 협력까지 제공하겠다고 하니 전쟁을 말리러 간 건지, 부추기러 간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1년 전 ‘제한을 두지 않는 협력’에 합의한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 연대와 협력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일 수 있다. 중국이 침략국인 러시아에 직·간접으로 군사협력을 제공하는 것은 전쟁 지원이지, 평화 중재가 아님을 시 주석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