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그제 뉴스에서 국회에서 천막 농성 중인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근로자와의 인터뷰를 방영했다. 15건을 보도한 40분짜리 방송에서 8분48초를 배정했다. 가장 비중 있게 처리한 것이다. 대우조선 파업을 주도한 농성자는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불법파업이 줄고, 노사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월 250만원을 받는 형편으로는 본인 등 집행부 5명을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감당할 수 없으며, 이 때문에 노란봉투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현행법 아래서도 2010년 이후 10년간 파업 발생 건수가 113.5% 늘고, 이로 인한 피해 액수가 연평균 10조원에 달한다는 중소기업 관련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있다. 올해만 해도 화물연대와 대우조선 파업 등으로 5조원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소와 가압류를 제한하는 ‘불법파업조장법’을 통과시킬 경우 그 결과는 재앙과도 같을 것이라는 게 경영계 측 우려다. KBS는 이런 내용은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방송사가 자체 판단에 따라 이슈를 선정하고, 취재·편집·방영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다. 하지만 객관·공정·균형 보도를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은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기계적 균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반론을 보장해주는 게 상식이다.

KBS는 지난 8월 화물연대의 하이트진로 본사 불법 점거 때도 ‘7일째 강남 한복판 옥상 농성…살려고 왔습니다’라는 현장 리포트를 내보내는 등 노사 간, 여야 간 갈등 때마다 친노(親勞), 친야(親野) 편향 보도로 일관해왔다. 그 이유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회사 경영층 구조에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대로다.

오죽하면 여당 대표가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야 패널 비율을 맞춰 달라”고 주문했겠나. KBS는 ‘이런 식이라면 구태여 수신료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