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차원이 다른 공력기술 요구
-첫 EV 레이싱카 I.D. R 파이크스 피크, 차 무게보다 더 많은 다운포스 형성


폭스바겐이 첫 EV 레이싱카인 'I.D. R 파이크스 피크' 개발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을 구현했다고 28일 밝혔다.

'구름위의 레이싱'이라고 불리는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대회는 일반 레이스카 개발과는 다른 가혹한 환경에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대회다. 산악지대를 계속 올라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를 버틸 수 있도록 대회의 기술 규정들 역시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게 적용한다.

폭스바겐, 첫 EV 레이싱카로 공력성능의 신기원 개척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기술 담당자이자 I.D. R 파이크스 피크 개발을 담당한 프로젝트 매니저인 프랑소와 사비에 드메종은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레이스의 출발점은 해발 약 2,900m에 자리하고 있으며 결승선은 해발 4,300m에 위치하고 있어 산악지대의 특성상 기압이 매우 낮기 때문에 평지에 위치한 레이싱 트랙과는 공기역학적인 조건들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상까지 19.99㎞에 달하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인근 파이크스 피크의 와인딩 업힐 코스 레이스에서 현재까지 기록된 최고 속도는 240㎞/h이다. 드메종은 "I.D. R 파이크스 피크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최고속도를 높이는 작업보다는 코너링 스피드를 구현하는데 집중했다"며 "차체의 개발에 있어서도 최대한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에어로다이내믹 드래그가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팀의 큰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거대한 리어 윙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 고문이자 오랜 F1 경험을 가진 윌리 램피는 "파이크스 피크의 고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그곳의 공기는 평균 35% 더 희박해 평지 트랙과 비교하면 35%의 다운포스가 손실되는데, 이 엄청난 크기의 리어 윙으로 손실된 다운포스를 메울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만들어진 공력성능으로 정상에 오르는 동안 차의 무게보다 더 많은 최대 다운포스를 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첫 EV 레이싱카로 공력성능의 신기원 개척

폭스바겐 모터스포츠는 윈드터널에서 파이크스 피크 레이서의 1:2 축적 모형을 이용해 다양한 변수를 실험했다. 그리고 바이자흐에 위치한 포르쉐 개발 센터에서 실물 섀시에 마무리 작업을 진행했다. 드메종은 "그룹 내에서 여러 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엄청난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싱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새로운 부품들 중 다수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짧은 시간 내에 만들었다. I.D. R 파이크스 피크의 공기역학을 담당하는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의 CFD 엔지니어 에르베 드치프르 박사는 "약 2,000개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했으며,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 엔진 역시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이 요구되지만 다량의 신선한 공기를 필요로 하는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그 필요성이 매우 적다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특히 총 500㎾(680마력)의 출력을 내는 2개의 전기 엔진으로 공기를 넣어줄 흡입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항상 공기역학적 관점에서 난제로 작용했던 차체의 흡입구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또 높은 고도에서의 희박한 공기가 냉각효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상적인 타협점을 찾기 위해 기술 파트너인 ANSYS가 제공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드메종은 "예를 들어 공기가 희박한 환경을 재현할 수 없는 윈드 터널에서 얻은 데이터만으로는 이를 계산할 수가 없었다"며 "냉각 시스템의 수치를 결정짓는데 있어 이 시뮬레이션이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실제 경기 코스에서의 첫 시운전은 5월 말로 계획됐다. 그 후 드라이버 로매인 뒤마스와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팀이 6월24일 열리는 '2018 파이크스 피크 국제 힐 클라임 2018'을 위한 마지막 준비 단계를 시작하게 된다. 목표는 전기 프로토타입 부문 현재 기록인 8분57.118초를 경신하는 것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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