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인텔리전스 쇼핑으로 진화…새 사업모델 선점해야 생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생각하던 유통업계의 통념은 옴니채널이 확산하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유통업은 또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증강현실(VR·AR)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 유통을 알기 위해선 소비자의 변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구매에서 탈피하고 있다. 고령화로 노인이 많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새로운 소비자층이 된 것도 주요한 변화다. ‘나를 위한 소비’ 흐름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 운동 여행 등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동시에 소득 증가는 둔화하면서 불황형 소비패턴이 나타난다. 미래 노후 생활을 위해 현재 소비를 줄이는 식이다. 기술 혁신으로 렌털이나 무점포 구매가 늘어나고, 상품을 개인화해주고 자동으로 최저가를 찾아주는 등 최적 구매가 대중화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 흐름이 바뀌면서 유통산업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 IoT 기반의 스마트홈이 구현되면 소비자는 유통업체를 거칠 필요 없이 가전기기를 통해 제조회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된다. 실시간으로 콘텐츠에 쇼핑을 연동하는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 있는 이미지를 선택하면 바로 쇼핑 사이트로 연결되는 ‘쇼퍼블 태그’가 대표적이다.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쇼핑을 체험할 수 있는 VR·AR 쇼핑몰도 미래 유통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베이는 호주 마이어백화점과 손잡고 세계 최초의 VR 백화점을 구축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이 백화점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다. 사이트서치 기술을 통해 시선만 고정해도 구매할 수 있다. 혼합현실(MR)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키노모라는 업체는 마그네틱 3차원(3D) 기술을 통한 홀로그램 마케팅 플랫폼을 선보였다.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자본과 노동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유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식과 기술이 풍부하고 유연한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제 유통업은 소비자 행동의 예측뿐만 아니라 자동구매·상품추천까지 가능한 ‘인텔리전스 쇼핑’으로 진화할 것이다. 유통업이 단순 판매중개를 벗어나 플랫폼사업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전통적 유통 생태계를 창조적으로 파괴해 새로운 모델을 선점해야 한다. 디지털기술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내재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업태를 초월한 융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심태호 < AT커니코리아 파트너 Taeho.Sim@atkearne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