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머 틸리카이넨 핀란드 농업환경부 장관 인터뷰

동물 농장형 사육·항생제 금지
가축 질병엔 정부가 100% 보상
축산업, 고부가가치 산업 각광
"'동물복지' 사육으로 구제역·AI 발병률 0%"

돼지 꼬리는 원래 20~50㎝로 길다. 가만히 두면 돌돌 말린다. 우리나라 돼지는 대부분 꼬리가 사람 손가락만큼 짧다. 태어나자마자 잘려서다. 꼬리가 잘리는 이유는 좁은 우리에 가둬두면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기 때문이다. 닭도 닭장에 두면 서로 싸우거나 달걀을 쪼아버린다. 양계장에서 병아리 부리를 뭉뚝하게 잘라버리는 이유다.

이 같은 ‘농장형 사육’이 전면 금지된 나라가 있다. 모든 가축에 성장촉진제, 예방용 항생제 투여도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구제역, 조류독감(AI) 발생률이 0%다. 통제가 가장 어렵다는 살모넬라균 발생률도 0.11%에 불과하다. 핀란드 얘기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킴머 틸리카이넨 핀란드 농업환경부 장관(50·사진)을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틸리카이넨 장관은 2003년까지 유기농 농업회사를 운영하다가 정부에 합류했다.

그는 “정부가 1970년대부터 추진한 동물복지 정책이 가축질병 걱정 없는 고부가산업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전체 인구의 약 20%가 식품위생자격증을 갖고 있다. 국가 정책은 동물, 환경, 사람의 건강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원 헬스(one health)’로 일관한다.

핀란드는 북극과 가까워 강추위가 몰려오고 한여름엔 밤에도 환한 백야가 있다. 일조량을 유지해 작물과 가축을 키우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틸리카이넨 장관은 “항생제 사용을 제한한 건 모험과 같았다”면서도 “사람이 키운 동물을 사람이 먹는데, 건강하게 자란 동물이 인간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형 사육은 어려움이 많다. 관리비와 운영비 탓에 초기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핀란드 정부는 약 20년 전부터 가축 질병에 대해 정부가 100% 보상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는 “모험의 결과가 분만율, 성장률, 고기 품질,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정부와 농부, 기업, 동물 모두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폐사하는 동물이 없고, 품질 좋은 육류를 공급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돼지고기다. 핀란드 대학과 농장이 협력해 돼지를 키운 결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돼지의 지방에는 포화 지방산보다 불포화지방, 천연 오메가3가 더 많았다. HK스칸이라는 업체가 이 ‘오메가3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세계에 수출 중이다.

그는 스타벅스, 쉐이크쉑버거 등 미국 대형 회사들이 동물복지 육류 사용을 의무화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한국에 돼지고기 외에도 가금류, 주류 등으로 수출 품목을 확대 중이다. 그는 “발트해 청정지역의 맥주와 지상 최북단의 유기농 닭고기, 오메가3 돼지고기 등이 널리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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