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3년뒤 내다보면 '저위험·고수익'시장"
“3년 뒤에 보십시오. 베트남은 대표적인 ‘저위험·고수익’ 시장이 돼 있을 겁니다.”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 호찌민사무소 주식운용팀장(사진)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지위를 베트남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배 팀장은 2009년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사무소에서 현지 리서치 인력 5명과 함께 베트남 투자를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해외 비과세 상품으로 베트남에 단독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이달 출시했다. 베트남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가운데 30개로 구성한 베트남판 다우지수인 베트남3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도 베트남엔 외국인 자금 유입액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만큼 빠져나갈 자금도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의 역사가 짧고 규모도 작은 편이지만 최근엔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과 함께 자본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 제한 규제가 있다.

“투자 규제 때문에 베트남 투자가 발목이 잡혀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베트남 정부의 상장기업 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 조치로 기존 49%였던 외국인 투자 지분 한도가 확대됐다. 시행령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제가 상반기 대폭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

▷베트남 주식시장의 매력이 무엇인가.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005년 말 37개에 불과하던 상장사도 670개(호찌민·하노이증시 합산)까지 늘었다. 외국인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주식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1배로 낮은 편이다. 악재가 터져서 하락한다고 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신흥국 중 우등생이 될 것이다.”

▷베트남의 주된 수출처인 선진국 경기가 침체상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이 잘나갈 때처럼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진 못하겠지만 연 7%대의 성장률을 꾸준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중산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했다. 연소득 8500달러(약 1000만원) 이상인 베트남 중산층 인구는 지난해 1200만명 수준에서 2020년 3300만명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허리층이 탄탄해진다는 얘기다.”

▷최근 베트남 경기는 어떤가.

“최근 5년 동안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오랜 박스권을 뚫고 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달러 대비 베트남 화폐인 동화가 강세를 보였고 물가상승률도 안정되고 있다. 바닥을 다지고 치고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베트남 투자에 대해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투자자가 많다(베트남 펀드는 2006년 출시돼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수익률이 반토막났다. 2010년과 2011년에도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소비자에게 손해를 준 만큼 정말 신중하게 다시 새 펀드를 들고 나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내놓은 베트남펀드는 2012년부터 증시 반등과 함께 회복세를 타고 있다. 한국투자베트남펀드는 최근 1년 -2.61%, 3년과 5년은 각각 26.76%와 18.1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3~4년 정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 뒤 시장에 다시 나온 것이다.”

▷베트남 투자시 주의할 점은.

“자산 배분 관점에서 베트남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두라고 하긴 힘들다. 다만 베트남의 장기 성장세를 고려할 때 단기 매매보다는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환율 변동 우려는 없나

“중국 위안화 절하가 베트남 통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이 흔들리면 자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다.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베트남펀드는 환헤지(위험회피) 수수료가 높아 환 변동에 노출돼 있다. 베트남 통화 약세는 고객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지난해 달러 강세 기조에서도 베트남 통화는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