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민 반대에 비상 걸린 산업 전력망
“다른 곳에서도 송전선을 잇는다고 하면 주민들이 으레 반대를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최적 경과지(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지역)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경기 안성 서안성변전소에서 평택 고덕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건설을 준비해 온 한국전력 관계자는 안성지역의 송전선로 건설 반대 움직임을 언급하며 말끝을 흐렸다. 일반적으로 송전선로는 통과가 예상되는 지역의 주민대표와 공무원, 전문가 등이 모인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최적 경과지를 결정한다.

지역이 확정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군부대 등에 지장물(토지 내에서 사업에 방해가 될 만한 시설물) 조회를 하고 주민설명회를 연다. 보통 지역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때다. 이번은 달랐다. 경과지 결정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인 현지 답사를 주민들이 막았고, 입지선정위원회가 경과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시위를 예고해 회의를 무산시켰다. 자신들이 송전선 건설에 따른 영향을 받을 당사자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송전선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안성시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경과지 선정 이후에 정부의 환경영향평가와 선로 예정지에 대한 토지 보상 등 주민 불만을 달래줄 절차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을 설득하기보다 여론에 따르며 갈등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송전선 건설의 반대 논리는 단순하다. “안성시에 이미 변전소가 다섯 개 있고 송전선 건설이 산업단지 건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안성시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전선 건설이 고덕산업단지에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맞지 않다. 안성시는 자체 발전소가 없어 외부에서 전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6년이나 지연됐다. 주민과의 갈등으로 아예 공장 건설계획을 취소한 곳도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주민 갈등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