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0% 모교 출신…지방대 취업모델 세웠죠"
"취업난에 시달리는 제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생각으로 차린 회사가 대박을 터뜨리게 돼 기쁩니다. 대학 측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교수 창업'이 수도권 대학들보다 취약한 지방대학의 새로운 취업 모델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

2000년 학교기업을 창업, 11년 만에 228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면서 9일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박장우 대전 한밭대 응용화학생명과학부 교수(49 · 사진)는 "한 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억척같이 연구에 매달리며 회사를 키워 온 '제자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창업 당시는 외환위기 때여서 취업이 더욱 힘든 시기였다"고 회고한 그는 "취직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제자들이 너무 안쓰러워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소용이 없어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게 됐다"고 전했다.

박 교수가 창업한 ㈜나노신소재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갖고 있는 독자개발 금속산화물의 나노 미립자 제조와 콜로이드화 기술을 반도체,디스플레이,특수필름 산업 등에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기업이다. 특히 LCD(액정표시장치)와 태양전지,터치스크린 등의 원료인 나노 물질을 만들어 미국 3M 등 굴지의 대기업들에 공급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했다.

출범 당시에는 자금과 인력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직원은 제자 3명이 전부였다. 단칸 사무실도 한밭대 창업보육센터 내에 차렸다. 그는 "당연히 투자할 사람도 나서지 않아 초창기에 대학 외에는 기댈 언덕이 없었다"며 "창업 초기의 난관을 극복하고 고속성장을 거듭,2007년 '500만불 수출탑'에 이어 2009년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고 대전권을 중심으로 6개의 생산공장까지 갖춘 우량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의 제자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창업 당시 연구원으로 일한 제자들에게 회사 주식을 나누어 주고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었다"며 "현재 전 직원 180여명 중 30%가 한밭대 출신일 정도로 모교 졸업생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자랑했다.

박 교수의 역량을 믿고 묵묵히 도왔던 대학 측도 나소신소재의 상장으로 재학생에게 취업 목표를 제시한 것은 물론 재정적 혜택을 받게 됐다. 회사가 창업 초기 발전기금으로 기증했던 주식 10만8000주의 가치(공모가)가 2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워진 회사인 만큼 대학 측도 창업부터 현재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기술 및 경영지도는 물론 지식재산권 출원,교육,국내외 마케팅 지원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수익형 산학협력모델의 성공사례를 일구어 냈다"고 설명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