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통전략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0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환경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로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 · 영리한 소비자)의 등장을 꼽았다. 스마트 컨슈머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로,불황으로 소득이 감소한다고 무조건 지출을 줄이지는 않는다. 이들은 생필품이나 소모품의 경우 저가 · 소량형 제품을 찾지만 자기 만족과 건강을 위한 상품은 다소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김민 유통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소비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한 가치 상품을 판매한 백화점이 고성장한 반면 생필품 위주의 대형마트가 부진한 양상을 보인 것은 스마트 컨슈머의 등장 덕분"이라며 "명품이나 고급 화장품,잡화 등 '작은 사치'(small luxury) 상품군의 매출이 호조를 보인 데도 이들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소비 키워드로 제시한 'S · U · G · A · R'(설탕)에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난다. 'SUGAR'는 △면역력 증강 건강식품 인기(Super food) △근거리 소비 경향(Uptown) △친환경 소비(Green) 확산 △초식남 · 꽃중년 등 '젊은 외모' 가꾸기 열풍(Anti-age)△도자기 · 막걸리 등 전통상품 인기(Revival) 등의 영문 앞글자를 딴 것이다.

'SUGAR'에 속한 상품군들은 본래 단어의 의미처럼 올해 단맛을 봤다.

하지만 '가치 소비'를 반영하는 상품군이라고 해서 모두 '영리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감성적 가치를 충족시키거나 지속적인 디자인과 기술혁신으로 상품의 품격을 높인 제품들이 히트상품이나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2009년 하반기 한경 소비자대상'에서도 이 같은 프리미엄의 가치를 충족시킨 제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적으로 200만대 이상 팔린 삼성전자의 '파브 LED TV'는 풍부한 색의 스펙트럼과 섬세한 빛 조정으로 70~90%에 머물렀던 TV의 색 표현력을 90~130%까지 끌어올려 자연광 수준의 화질을 구현했다. 또 소비전력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존 LCD TV의 절반으로 낮춰 '진정한 친환경 TV'임을 강조했다. 초박형 · 초경량 노트북인 '센스 X420'은 넷북처럼 가벼우면서도 노트북의 고성능 기능을 고루 갖춘 제품으로 배터리 사용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존 노트북의 2배인 최대 9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햅틱 아몰레드'는 3세대 터치스크린폰인 햅틱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결합,'보는 휴대폰' 시대를 열었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은 에어컨에 새로운 생활 가치와 감성을 더한 '라이프 컨디셔너(life conditioner)'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인체 감지 로봇'을 적용,사용자의 위치와 인원수에 맞춰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기능으로 인기를 끌었다. 코원시스템의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COWON O2'는 제품 무게가 200g 정도로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고 지상파 DMB,음성녹음 및 이미지 뷰어,노트패드,공학 계산기 등 다양한 부가 기능도 갖췄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