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일탈 행동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가?

1. 제시문 (가)의 관점에 근거해서 제시문 (나)와 (다)에서 도출된 실험 결과를 설명하고,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논술하시오. (400~500자,25점)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9학년도 한양대 수시 2-2 논술(인문계열) 기출문제 풀이 (上)
복잡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상황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일탈 행위를 하거나 갑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할 경우,그 원인은 성격의 특성뿐만 아니라 더욱 확장된 범위까지 아울러야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이 그러한 행동을 한 시점에 작용했을 모든 상황까지 최대한 밝혀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외부의 힘은 그 힘의 구속을 받고 있는 개인의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상황은 대개 권위라든가 규칙,규제와 같은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이 실험에는 연구자,피험자,그리고 학생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참여한다.

피험자들은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되며 모두 교사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피험자들은 학생이 연기자라는 것을 모른다.

피험자들이 도착하면 흰 가운을 입은 연구자는 피험자들에게 이 새로운 실험이 중요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이 실험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피험자들은 이 실험에 참여한다는 동의서를 작성한다.

실험에서 피험자는 교사가 되어서 학생에게 암기해야 할 단어 조합을 말해 준다.

교사가 핵심 단어를 말하면,학생은 그것과 짝이 되는 단어를 정확하게 대답해야 한다.

답이 틀리면 교사는 벌로 스위치를 눌러 즉시 전기 충격을 준다.

이 충격 장치는 15볼트에서 시작하여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15볼트씩 올라가 최대 450볼트에 이른다.

연구자는 피험자에게 학생이 실수할 때마다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전압 스위치를 누를 것을 지시한다.

1단계는 그 충격이 미미하지만 10단계부터 강한 충격이 가해지고,30단계에 도달하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다.

학생이 틀리게 대답하면 피험자는 스위치를 누르기 시작한다.

학생은 전기 충격 수준이 올라갈수록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면서 더 이상 실험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고 연기한다.

피험자는 망설이면서 실험을 계속해야 할지 물어보지만,옆에서 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연구자는 "걱정 말고 계속 전압을 높여라. 책임은 내가 진다"고 압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실험 결과,충격적이게도 피험자의 65%가 마지막 단계의 전기 충격 스위치를 눌렀다.

대다수의 피험자는 학생이 멈춰달라고 애원했는데도 계속해서 전기 충격의 단계를 높였다.

이후 이 실험은 다양한 상황에서 실행되었다.

연구자가 실험에 입회하지 않았을 때는 위의 비율이 21%까지 떨어졌다.

또한 흰 가운보다 평상복을 입은 연구자가 입회했을 때는 마지막 단계까지 전기 충격을 높인 피험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간호사 22명이 전에 본 적이 없는 의사에게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는 간호사에게 즉시 한 환자에게 약을 투여해 자신이 병원에 도착할 때쯤 약효가 나타나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는 병원에 도착하면 그 투약 지시 서류를 작성하여 서명하겠다고 했다.

지시 내용은 환자에게 에스트로겐을 20㎎ 투여하라는 것이었다.

에스트로겐 용기에 있는 라벨에는 1회 투여량이 5㎎이며 최대 투여량이 10㎎이라고 적혀 있다.

의사는 그 최대 투여량보다 두 배를 더 투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간호사들은 낯선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과다 투여하라는 전화 지시를 따를 것인지,아니면 이런 독단적인 지시를 거부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했다.

그러나 그 의사가 곧 도착할 때가 되자 22명의 간호사 중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가 그의 지시를 수용했다.

⊙ 문제 분석

1번 문제는 독해력과 논리력을 주로 평가하려고 출제한 것이다.

제시문 (가)를 읽고 제시문 (나)와 (다)를 해석하면 된다.

문제에서 제시문의 관점에 근거하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에,제시문의 논지를 찾아서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그리고 제시문 (나)와 (다)의 경우는 사례이니 제시문을 읽으면서 이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 있는 문장도 만들어 보자.

그렇다면 그 의미를 찾기가 더욱 용이할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단순히 읽지 말고 문제를 하나하나 끊어서 읽고 분석하면서 무엇을 나에게 요구하고 있는지를 찾아내야 보다 좋은 논술문을 쓸 수 있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의 논지는 복잡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상황, 그리고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범한 인간의 일탈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개인적인 요소인 성격,그 개인이 처한 상황,그리고 그 상황을 만들어 낸 구조,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문 (가)의 화자는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도 시스템을 가장 중요시하게 보았다.

시스템이 어떤 외부적인 상황과 힘을 만들어 내고,그 외부적인 상황과 힘이 개인의 내부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화자는 개인의 내부적인 능력보다는 사회를 유지시키고 지탱시키는 구조,시스템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제시문 (나)는 익명성이 보장되고,도덕 혹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인간의 일탈 행위를 조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즉,연기자가 피험자를 볼 수 없는-익명성이 보장되는-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연구자가 지겠다는 조건 하에서 도덕적이고 정상적인 피험자들이 연기자를 죽일 수도 있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일탈 행동을 한 것이다.

연구자가 피험자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연구자가 높은 신분을 보이면 보일수록 이러한 일탈 행동이 늘어난다고 제시문 (나)는 말하고 있다.

제시문 (다) 역시 자신보다 사회적인 신분이 높은 의사의 명령에 그 의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간호사 21명이 환자들을 죽일 수도 있는 일탈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의 명령이 아무리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것-의사의 명령이 환자를 죽일 수도 있으므로-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인간은 사회적인 일탈 행동을 할 가능성-에스트로겐을 치사량 이상 투여하는 행동-이 높아지는 것이다.

제시문 (나)와 (다)는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지적한 고도화된 관료제라는 시스템 하에서 인간이 보이는 말하기의 무능성,생각의 무능성,판단의 무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관료제라는 시스템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며,업무가 분화되어 있고,각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개인들의 숙련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어 하향식 의사결정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인간은 개인이 맡은 업무만을 수행하고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순응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지시를 단순히 따르게 된다.

즉,상급자의 지시가 비도덕적이며 자신의 신념과 위배되는 것이라도 지시를 따를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아이히만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학살과 가혹행위 역시 자신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는 그의 주장도 이해가 되게 된다.

또한 관료제라는 시스템은 상급자일수록 그 권한과 책임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즉,상급자의 지시로 인한 개인의 행동의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각 개인들은 생각하게 되므로 이러한 확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악의 평범성',누구나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즉,사회적인 시스템이 인간을 악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제시문 (나)와 (다)와 같은 제한적이고 통제적인 상황,혹은 아이히만과 같은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누구에게나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공장 폐수를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급자의 지시로 폐수를 흘려보내는 일탈행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각 개인이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말하며 소통하는 수밖에는 없다.

⊙ 답안 작성

1번 문제는 독해력과 논리력을 주로 평가하려 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반영하려 하기보다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의 분량이 500자 내외이므로 두 단락으로 구성하자.

첫 번째 단락에서는 제시문 (가)의 논지를 한 문장에서 두 문장으로 요약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나)와 (다)를 해석하자.

예를 들면 "제시문 (가)는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내면과 그가 처한 상황,그 상황을 만들어 낸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의 일탈행위 역시 마찬가지이지만,개인의 내면보다는 시스템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와 (다)는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지시가 반사회적일지라도 자신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간은 일탈행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등과 같이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일탈행위를 초래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규명하고,시스템이 일탈행위를 초래하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밝히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밝힌 것처럼 이것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면 될 것이다.

2. 제시문 (가)와 (나)의 예술에 대한 관점을 서로 비교하시오.

그리고 그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제시문 (다)를 해석하기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논술하시오. (400~500자,25점)

예술은 창조의 고통을 동반한다.

그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이미 누군가 사용한 형식이나 내용과는 다른 순수한 세계를 창조하는 고통을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

이것은 예술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가는 작품 외적인 현실로부터 독립하여 자유롭게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이른다.

이러한 거리의 확보는 곧 작품 자체의 자율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술가는 온전한 창조자의 지위를 부여받는다.

예술가의 지위는 기술복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정한 변화를 맞이한다.

그 변화의 양상이 바로 예술의 자기 반영성이다.

이것은 예술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를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기 반영성은 이미 차이를 내포한 반복과 비평적 모방을 잉태하고 있는 예술 양식이다.

예술은 이러한 반복과 비평적 모방을 통해서 자기 반영적 비평 형식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양식의 출현은 새로운 세계와 스타일이 이미 대부분 시도되어 더 이상 독창적인 것과 스타일 상의 개혁이 힘들어졌다는 예술가의 고갈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라디오가 되고 싶다.

- 장정일,「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문제 분석

2번 문제 역시 독해력과 논리력을 주로 평가하려고 출제한 것이다.

논지가 각각 상반되는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제시문 (다)를 해석하기에 적합한 제시문을 찾아 해석하라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사실상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제시문 (가)를 선택해서 제시문 (다)를 해석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문제 역시 1번과 같이 독해력과 논리력을 주로 평가하는 문제이며,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에서 화자는 예술이란 누군가가 사용한 형식이나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을 창조하는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술가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예술을 창조해야 자율성과 독립성이 확보된다고도 밝히고 있다.

반면 제시문 (나)는 기술복제 시대,즉 디지털 시대의 등장으로 인한 예술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예술이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내포한 반복과 비평적 모방까지도 예술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즉,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현실을 반영하여 예술을 창작하는 것을 뛰어 넘어 기존 예술 까지도 반영하는 예술이 디지털 시대의 예술임을 제시문 (나)는 강조하고 있다.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형식과 내용을 담아내야만 한다는 제시문 (가)의 예술관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제시문 (다)는 장정일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이라는 시이다.

이 시의 첫 문장만 읽어봐도 우리가 많이 접했던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장정일의 시는 현대인의 일회적이고 편의적인 사랑의 행태를 풍자하는 시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김춘수의 '꽃'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패러디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문제에서는 이 시를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기존의 예술을 반영 혹은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점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패러디란 권위를 가지고 있는 대상을 공격함으로써 대상의 권위를 희화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패러디가 하나의 창작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모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야만 한다.

즉,단지 모방이나 단순한 변형만으로는 창작 행위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장정일의 이 시가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형식과 내용을 담아내야만 하는데,이 시는 김춘수 시인이 사용한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leroy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