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어제는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채주연 기자. 환율이 천정이 뚫린 듯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의 환율 상승은 무엇 때문입니까? 무엇보다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불안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최근의 환율 상승에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국내외 증시 하락, 그리고 원화 약세 등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있는데요.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에 대한 논란으로 미국 증시가 12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CG) 유럽의 경우에는 동유럽 국가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더 큰 상황인데요. 미국발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내지는 이번엔 유럽발 금융위기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외국인들의 이탈이 계속됐습니다. 지난 10일부터 11일간 외국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2조원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결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외 주가가 하락하면 이것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지게 되면 또다시 외국 자본 이탈이 빨라져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환율 급등, 무엇보다 경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부처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우선 환율이 요즘같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의 수입 단가도 오르고, 이것이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인데요. 이 경우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낮추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 2%까지 3.25%포인트나 내렸습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경기 침체도 본격화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한 것인데요. 하지만 물가가 상승하는데 금리를 추가로 내렸다가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더욱 빨라져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경기를 부양하자니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환율 상승이 금리 인하에 걸림돌인 셈입니다. 지난해에도 외화유동성 위기설이 나올 만큼 환율이 치솟았습니다. 이미 그 어려움을 겪어 봤기 때문에 최근의 환율 급등이 더 두려울 수 밖에 없는데요.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외환당국은 어떤 입장인가요? 외환당국은 가능한 매도개입을 자제하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1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천17억 달러인데요. 그동안 외환보유액 2천억달러 수성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져왔습니다. 단기 외채와 유동외채가 2천억달러 규모인 만큼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외환당국이 2천억달러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를 깨서라도 환율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본격적인 시장 개입은 없는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한미통화스와프 자금을 포함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시장에 520억달러를 공급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율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점이 외환당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데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고, 곳간은 텅 빈 채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환율 상승이 무작정 달러를 푼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 아니고, 국내외 모든 환경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만큼 전망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요. 시장에서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까? 일단 여전히 불안한 국제 금융시장, 국내외 주가 약세 등이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할 전망입니다. 당국이 매도 개입에 나서 환율을 끌어내리더라도 약발이 오래 지속되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환율이 11년 만에 최고치에 올라선 만큼 저항선이 뚫리면서 1천600원 근방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것은 무역수지가 지난달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이번달에도 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달러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인데요. 뭐니뭐니해도 현재로선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 논란과 동유럽 채무 불이행 가능성,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증시가 반등에 성공해야 환율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