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발효유 `불가리스'와 매일유업의 `불가리아'가 상표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상표와 내용물이 엇비슷한 제품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속칭 `미투(me too) 상품'으로 불리는 이러한 성격의 수많은 제품들은 명멸을 거듭하면서도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상당수가 살아남아 업체들간 시장쟁탈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초코파이. 중국에서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나오자 롯데 초코파이가 뒤따라 나와 경쟁에 불을 붙였던 것은 유명하다. 중국 월마트 등지에서는 현재 크라운 초코파이도 팔리고 있다. 롱런 히트상품 반열에 오른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도 같은 경우다. 미투제품으로 경쟁사들의 비판을 적잖게 받아온 롯데가 내놓은 회심의 역작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해태제과와 옛 동양제과의 `해태 자일리톨', `오리온 자일리톨' 껌이다. 이름마저 같지만 일반명사를 차용한 것이어서 큰 법적 문제는 발생하지않았다. 대표적 장수제품의 하나로 꼽히는 오리온의 오징어땅콩도 롯데 오징어땅콩의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 간편한 식사 대용 등으로도 꽤 팔리는 CJ의 `맛밤'이 출시되자 동원F&B와 해태제과는 발빠르게 `군밤장수', `먹기 편한 군밤'을 선보여 3파전 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맞소송 분쟁에 휩싸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경쟁이 관심사인 유(乳) 제품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남양은 지난해 3월 출시한 자사의 `발아 현미우유'를 따라온 제품이 매일의 `녹차 현미우유'이며, 또 자사 과실음료인 `복숭아 속살'의 후속편이 매일의 `아삭아삭 복숭아 속살'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매일은 `카페라떼'를 흉내낸 제품으로 남양의 `프렌치카페'를, `맛있는 우유속의 딸기과즙'을 모방한 것이 남양의 `우유속 진짜 딸기과즙 듬뿍'이라고 맞서고 있다. 비타민 음료시장에서도 지난 2001년 광동제약의 히트상품 `비타 500' 출시가 CJ의 `제노비타', 동화약품 `비타천', 녹십자상아 `비타마인' 등 같은 계열의 제품 양산을 재촉했다. 이밖에도 `옥시크린' vs `옥시화이트', 발효유 `위력' vs `위위' 등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들은 부지기수다. 이런 가운데서도 기록에 남을 장수제품으로 통하는 농심 새우깡의 경우 이렇다할 미투제품 없이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새우깡에 대해 한때 일본 도쿄방송 시사 프로그램이 일본 가루비의 갓빠 에비센이란 제품을 베꼈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농심은 "새우깡은 우리 기술로 만든 제품으로, 일본 제품을 베꼈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일축한 일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제품은 편승 효과를 노려 손쉽게 시장을 파고든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지만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전체 특허소송 중 절반이 넘는 상표권 분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업윤리 측면에서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