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부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글로벌 스탠더드'란 세계시장을 장악한 기득권자나 강자의 논리라며 이를 한국적 경영전략으로 차별화해야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11일 강조했다. 현 부회장은 이날 이화여대 법대강당에서 개최된 제2차 CEO특강에서 `10년뒤 뭘먹고 살 것인가?-뜨는 일본, 나는 중국, 한국은 어디로'라는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한 결과 기업들의 순익이 부채상환에만 쓰이고 투자확대로 연결되지 못했으며 이에따라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한 한국기업수는 97년 13개였으나 2003년에도 여전히 13개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매몰될 경우 영원히 선진국을 따라잡지못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의 경쟁상대가 자산, 경험, 노하우,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글로벌 자이언트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한국적 차별화 전략이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은 모두 개별기업 차원이 아니라 삼성그룹, 현대그룹 등 그룹전체의 힘과 국가적 차원의 관심속에서 육성됐다"며 "제2의 반도체, 제2의 LCD, 제2의 철강 등 차세대 전략품목에 우리가 가진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투명성, 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워 재계를 압박하는상황에서 현 부회장이 글로벌 스탠더드 보다는 한국적 차별화 전략을 강조함으로써기업정책을 둘러싼 양측간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현 부회장은 "작년 3.1% 성장에 그쳤는데, 이는 80년과 98년을 제외하면 경제개발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면서 "아울러 국가채무 165조원,가계부채 448조원, 신용불량자 382만명, 청년실업자 44만명 등 근래에 보기드문 위기"라고 진단했다. 또 반도체, 자동차, 통신, 조선, 철강 등 소수 수출전략품목도 미국, 일본 등선진국과 중국 등 개도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 잘살아보자는 열의, 관료체제, 높은 교육열, 일본이라는 벤치마킹 대상 등에 힘입어 경제번영을 이뤘지만 열의가 지나쳐 창조적 파괴(개혁)가 지연됐고관료주도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타율적인 경제체제를 초래했으며 풍부한 노동력 때문에 노동의존적 경영형태를 쉽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부회장은 "현재 기업은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에 대한 확신부족과 기업가정신의 퇴조, 반기업정서와 핵심규제, 노사불안 등에 기인해망설이고 있다"면서 "기업의 투자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무엇보다도 규제완화, 노사평화선언, 전략품목 지원확대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