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손길승 SK회장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재벌그룹 총수에 오른 뒤 오너 회장도 맡기 힘든전경련 회장까지 역임한 대표적인 스타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고 최종현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회장과 함께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이라는 독특한 경영형태를 유지하며 SK그룹을 이끌어 왔으나 SK비자금 및 정치자금문제로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 최근에는 입지가 좁혀진 상태다. 손 회장이 대졸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그룹 총수자리까지 오른 데는 탁월한경영능력과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 또 재계의 마당발이라고 알려질 정도의 폭넓은대인관계와 강력한 업무 추진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손 회장은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유공(지금의 ㈜SK)과 제2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해 오늘날의 SK그룹을 일구고 `재계총리'라는 전경련 회장도 맡게됐다. 그러나 SK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SK네트워크(구 SK글로벌) 및 SK해운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제공, 탈세 등의 비리의혹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으며 SK그룹내에서의 입지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의 비극은 무엇보다도 과거 성장 제일주의 시절에 경영일선에서 뛰면서 몸에 익은 관행을 청산하지 못한 탓도 크지만 겉으로만 개혁을 외치면서도 여전히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하는 등 전근대적인 행태를 유지하고 정치권에도 그 책임이 있다"면서 "정치권이 고비용 정치구조를 청산하고 기업도 투명성을확보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희생양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