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도요타자동차 배우기가 한창입니다. 도요타는 지난해 60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GM, 포드에 이어 세계 3위에 랭크된 자동차 메이커입니다. 세계 1, 2위도 아닌 3위의 자동차메이커 학습에 왜 그토록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해 저는 ‘한국, 세계 자동차 강국에 도전한다’라는 기획연재물(338~353호)을 취재하기 위해 도요타, GM, BMW, 르노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메이커들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당시 BMW, 르노는 물론 세계 1위의 GM조차 도요타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고 도요타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일찌감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요타의 무엇을 배우려고 그 난리들일까요? 도요타 본사의 한국인 직원이 들려준 얘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인 상사에게 한국 재고상황에 대해 ‘별문제 없다’고 보고했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꾸지람에 가까운 지적을 받고 당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도요타 직원들의 몸에 밴 ‘도요타 정신’(Toyota way)을 터득하고 나서 ‘이것이 도요타를 움직이는 엔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도요타 정신은 ‘현재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을 가상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찾아 미리 해결해나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떤 경우라도 고객에게 최악의 제품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고급 외제차들조차 실오라기 같은 흠집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도요타의 ‘결벽증’으로 인해 일본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이는 노사가 도요타 정신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도요타 노조는 2001년부터 3개년간 임금동결 선언을 해 세계 산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도요타 정신은 도요타의 딜러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도쿄의 한 도요타 딜러는 완벽에 가깝다고 자부하는 도요타자동차 생산공장의 검사라인을 그대로 설치해놓고 도요타보다 더 심할 정도로 자동차를 검사해 고객에게 인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같은 도요타의 고품질 정책은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장에서도 동일하게 실시돼 ‘메이드 인 재팬’이나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아닌 ‘메이드 바이 도요타’를 지향하고 있는 게 눈길을 끕니다. 도요타 노사, 딜러들이 도요타 정신을 지키도록 한 힘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요? GM을 들렀을 때 도요타가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노사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던 관계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공장 근로자와 사무실 직원들간의 이질감을 없애려는 도요타의 노력이 그들에게는 아주 신선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GM은 이 같은 시스템을 현장에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노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고 합니다. 실제 도요타 노사는 회사경영을 포함한 모든 사항을 매월 한가지씩 테마로 잡아 토론하고 이를 경영 및 제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요타 노사는 쌍방의 처지를 먼저 이해하게 됐고, 그래서 이들은 ‘타협’이 아닌 ‘협력’이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요타를 배우기에 앞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 이창희 한경비즈니스 편집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