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철강물류대란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에는 부산발 항만 물류대란이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동안 대형 운송업체 등에 일방적으로 불평등하게 당해 왔다고 주장해온 화물연대가 최근 '포항 철강운송 파업투쟁 승리'를 통해 '연대의 위력'을 스스로 확인했다. 이에 고무된 부산 등 다른 지역연대들이 저마다 다른 쟁점을 내세워 '투쟁'에 뛰어든 양상이어서 물류대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왜 연쇄폭발을 하고 있고 복잡한 이슈들로 얽혀 장기화국면을 보이는지 알아본다. 포항을 끝으로 한풀 꺾일 것으로 보였던 화물연대 파업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는 데는 '화물연대(지입트럭 차주 겸 운전사들의 연대)'라는 조직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과 문제점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 특수고용노동자 연대'의 약칭으로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송하역노조 소속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합원 1천8백여명으로 발족해 지금은 포항 1천여명 등 전국 10개 단위지부에 모두 2만여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직은 노동조합처럼 보이지만 현행 노동관계법상 노조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들은 화물트럭을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운송서비스를 하는 '개인사업자'로서 대한통운 등 대형 운송업체들로부터는 용역하청을 받는다. 따라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파업투쟁에서는 '동지관계'이지만 운송시장에서는 '상호 경쟁' 관계에 있다. 따라서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뭉쳐 있다고 하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화물연대가 소속된 민노총 하역노조가 '지휘통제력'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데도 역시 한계가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10일 밤 파업을 중단하고 정부측과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가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파업철회 결정을 번복한 것 등도 '조직력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화물연대 조합원(지입차주 겸 운전사)들은 포항 부산 경인 등 지역단위로 사업을 하게 마련인데 이들 지역마다 '화물주-운송회사-화물연대'의 3자간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전국적인 통합협상도 힘든 현실이다. 포항과 경인지역은 포스코나 삼성전자 같은 대형 화물주 업체가 있기 때문에 화물연대의 '투쟁타깃'이 선명하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들 화주업체를 압박하는 형태로 '화물연대의 파업 및 협상'이 전개되고 있다. 반면 부산의 경우 화물연대가 '타깃'으로 삼을 뚜렷한 상대가 없기 때문에 '컨테이너 부두 봉쇄를 통한 대정부 압박'이라는 파업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화물연대의 투쟁 목표가 '운송료율 인상'이라는 1차 목표와 '노조원 자격인정, 경유값 인하' 등 정책적인 2차 목표로 나눠져 있는 것도 파업이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차 목표는 포스코 등 화주 및 대한통운 등 운송업체를 상대로 전개되지만 2차 정책투쟁은 '정부'를 상대로 한다. 이 때문에 포항 화물연대의 철강운송료 인상협상이 타결됐는데도 이번엔 부산 컨테이너 화물연대가 정부를 상대로 2차 정책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