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ho@kotef.or.kr 금년도 수능시험을 친 강남의 이양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4학년이 될 마음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작년 수능에서 고3생들이 재수생에 비해 대거 탈락된 파동 때문에,금년에는 좀 유리하게 출제되겠지 하던 바람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발표된 그 성적으로는 원했던 대학은 어림없고 분교에나 가능할 것이란 것이 진학상담결과다. 그래서 소신 지원을 해보고 요행히 운이 좋아,되면 좋고 아니면 재수를 하겠단 각오다. 재수를 안 하고 바로 미국이나 중국으로 유학 가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학실력도 달리고 왠지 지난 1년 고생한 것이 억울한 것 같고,재수가 그렇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다. 그런데 왜 강남 학생들은 무더기로 재수생이 되어야 하는가. 이양은 강남특별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친구도,학원도,먹는 곳도,노는 곳도 다 이곳에 있다. 한번도 강남 아이들의 대열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 대열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학시험 떨어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똑같은 브랜드 셔츠,같은 모델휴대폰,같은 연예인,같은 학원 영어 선생님 등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같아야 한다. 강북에 가는 것은 마치 부산쯤 멀리 가는 것 같고 문화적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니 입시 공부방식이나 공부량도 다 비슷하다. 더구나 각자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비슷한 교육수준,직업,소비수준을 공유한 강남부모들의 자제들로서 인생 출발부터 비슷하다. 거기에다 똑같은 성장환경 속에 학원·과외도 이미 상업화·표준화되었으니 특출한 학생도 별로 없고 성적 수준이 전부 그만그만한 것이다. 그러니 한번 더 공부한 재수생에 대항이 안 되는 것이고,여기에 학교교육제도나 입시 제도도 평준화를 부채질하니 더더욱 그렇게 되었다. 평준화 제도는 복제품 제조공장 같은 강남특별시 문화와 합쳐져 강남에서 꽃을 피웠다. 그래서 세계최고의 소비수준을 자랑하는 강남특별시의 똑같은 이양,김군들은 이제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며칠 머리 싸매고 누웠던 이양,'요즈음 대학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하면서 다시 늠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