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중소 제조업체는 외면하고 향락.투기산업 지원에만 열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리면서 제조업체 비중은 줄이고 음식.숙박업종과 건설.부동산임대업 등의 비중을 높였다. 이에 대해 은행들이 아무리 수익성을 중시한다 하더라도 국가 경제기반이 되는제조업은 팽개치고 향락.투기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도 되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고있다. ◆러브호텔, 부동산임대업 대출 확대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에서 제조업체의 비중은 낮아진 반면 러브호텔 등 숙박업과 부동산임대업 등은 높아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전체 중소기업 대출에서 제조업 비중은 작년 말 40.1%에서 지난 9월말 38.2%로 1.3%포인트 떨어졌으나 부동산임대업은 10.35%에서 12.9%로 1.55%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제조업 비중은 9.2%포인트와 0.8%포인트 낮아졌고 중소기업 은행도 3.9%포인트 줄었다. 반면 우리.기업은행은 숙박.음식점업 비중이 각각 4%포인트, 0.3%포인트 높아졌고 신한은행은 부동산임대업이 0.8%포인트 상승했다. 모 은행 관계자는 "땅투기를 하는 부동산임대업과 러브호텔에 이어 최근에는 룸살롱 등에까지 대출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은행들은 중기대출 확대를 위해 좋은 조건에 대출을 내줬는데 이 혜택을우리나라 경제기반인 중소 제조업체가 아닌 향락, 투기성 사업자들이 받아간 셈이다. ◆ 수익성 추구 차원 이처럼 은행들이 제조업체를 외면한 것은 중소기업 대출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앞 뒤 가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중소기업 대출 시장은 `노마진 세일' 전략 등 출혈경쟁이 난무했으며 금리를 싸게해주겠다며 다른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을 뺏고 보는 혼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소비만 늘어나면서 제조업체들에 빌려주면돈을 떼이고 현금흐름이 좋은 모텔, 음식점, 부동산임대업 등에 빌려주면 수익을 내는 실정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혔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이런 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지만 연말 실적을 내는 것이중요한 영업직원들은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러브호텔, 룸살롱 등이 당장 수익이 좋더라도 정책에 따른부침이 심하거나 재무제표로 기업가치를 분석할 수 없는 업종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 SOHO 시장 경쟁에 따라 더욱 심화 은행들이 소상공인(SOHO)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소호는 대개 매출액 수십억원 이하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대상이며 여기에는음식점이나 옷가게, 작은 공장 등 뿐만 아니라 모텔, 부동산임대업, 룸살롱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소호 시장 공략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고 하나은행도 합병 이후 전담 점포 100여개를 선정,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제조업을 외면하고 당장 돈이 되는 향락산업 지원으로만 몰린다면 그동안 기업금융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고 한 말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