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나라 가운데 기술선진국이 아닌 곳은 없다. 기술선진국 치고 연구중심대학을 여럿 갖고 있지 않는 나라도 없다. 독일은 연구중심대학으로 기술력을 키웠다. 미국도 탈하버드대를 바탕으로 한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왔다. 네덜란드가 '기술소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도 3개 연구중심 공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도 이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도 연구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순수한 연구중심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 연구중심대학 10개 만들자 =인구나 GDP(국내총생산)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도 이제 제대로 된 연구중심대학을 확보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몇 개 정도가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인구 경제규모 등 일반적인 지표에다 7개로 나뉘어 있는 국내 이공계대학의 특성화분야와 광역자치단체 수 등을 감안, 10개 정도가 적당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의 사례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중국 정부는 1백80억위안(2조8천억원)을 투자, 2005년까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1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일본도 국립 공립 사립을 통틀어 세계 최고수준의 30개 연구중심 대학을 키운다는 목표로 '국공사(國公私) 톱 30' 프로젝트를 올 초 마련했다. 미국의 카네기재단은 지난 95년도에 연간 박사를 50명 배출하고 연방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집중 지원받는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른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은 1백25개였다. 연구중심대학을 어떻게 설립, 육성할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KAIST(대덕) 광주 KAIST와 포항공대를 우선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서울대 공대도 장기적으로는 연구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들 대학이 소재하지 않는 지역에 새로 6개 정도의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상영 KAIST 부원장은 "연구 중심대학 육성을 위해선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며 "대학이 교육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는 여건을 정부와 기업이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학협동이 관건이다 =연구중심 대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학은 기업의 후원으로 창의성 있는 실험과 연구를 추진하고 기업은 그 성과물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포항공대가 연구중심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산.학.연 협동체제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의 산업체 이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학만으로는 연구인프라를 갖추는데 한계가 있다. 대학의 창의력과 연구의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발명과 특허가 산업계로 이전돼 로열티로 들어와야 한다. KAIST의 경우 개원 이래 지난 2000년까지 29년동안 1만건의 연구과제를 수행, 2천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업에 이전된 기술만도 1백건이 넘는다. 2000년도에만 23건이 계약돼 10억원을 기술료를 벌어들였다. 기술료중 70%가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됐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대학에 기술이전센터(TLO)가 설립돼 있다. 이곳에서 대학 발명품을 시장에 파는 기능을 맡는다. ◆ 특정분야로 차별화해야 한다 =광주 과학기술원의 경우 광산업 관련 기술연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광소재 광바이오 광센서 등 광기술분야를 집중 연구한다. 이 기술은 지역 산업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주 광산업단지는 이 대학을 매개로 성장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이 분야에 세계적인 연구메카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철구 박사(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지역별로 특화된 기술을 가진 대학들이 장기적으로는 연구중심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라 =미국의 대학교육학자인 필립 알트바하(보스턴대) 교수는 한국의 연구중심 육성사업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연구 중심대학들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리콘 밸리는 50여개 대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민간 연구소 참여와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 산업계 기술력이 약하고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해 연구대의 육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의 장비와 시설은 노후화돼 대학들이 연구비로 장비를 구입하고 연구인력의 경비로 쓰고 있는 형편이다. 특별취재팀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산업기술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