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가 사실상 기정사실화되면서 `형제집안'인 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10년전'에 이어 또다시 세간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 의원이 내달 초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92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선출마에 현대그룹이 연루돼 파문을 일으켰던 것을 기억하는 이들이 이번에도 `혹시나'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 이에따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가(家)' 기업들은 혹시라도 구설수에오를 것을 우려, 공식적인 입장을 일절 자제하면서도 이와 관련해 내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특히 법적으로 그룹과의 계열분리를 끝낸 상황에서 `현대가'로 불리는것에 대해서도 다소 못마땅한 반응을 나타내면서 과거처럼 `형제' 또는 `대주주'라고 해서 회사가 정치에 연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 의원이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이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안팎에서 그의 대선출마와 회사를 연관 짓는 것에 대해가장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측은 "정 의원의 대선출마는 회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밝히면서 `10년전과 지금은 시대가 판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잣나무 밑에서는 갓도 고쳐쓰지 말랬다고 임직원들이 공식적으로정 의원에 대한 얘기 자체를 일체 못 꺼내도록 하고 있다"며 "정 의원 본인도 회사는 회사, 정치는 정치라는 생각이 확고한 만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정 의원의 대선출마에 연루되고 있다는 일부 루머에 대해서도 회사측은 "지금이 어느땐데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며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 대선에 나설 경우 적어도 기업 이미지 측면을 비롯해 회사에는 전혀 득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른 `현대가' 기업들도 정 의원의 대선출마와 관련, 혹시라도 자신들에게까지`의혹'의 불똥이 튈까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동생인 정 의원의 대선출마를 앞두고 정치적구설수에 휘말릴 소지가 있는 언론 접촉이나 공식행사 참석 등 대외활동을 가급적자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최한영 부사장은 "정 의원이 아직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닐 뿐더러회사로서는 그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계열사들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현대상선도 정 의원의 출마와 관련,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기업경영에 전념할 뿐"이라며 "과거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선에 출마할 때와는 상황과 여건이 전혀 다른 만큼 그때와 지금을 연관짓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이광철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