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 사건이 벤처업계를 뒤흔든 지 한달여.벤처기업들은 땅바닥으로 추락한 위상을 다시 세우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벤처단체는 윤리강령을 발표하는 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은 최근 들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면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됐던 작년보다 자금유치가 더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벤처캐피털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심사를 전례없이 강화하고 있다. 올해 투자목표는 늘렸지만 실제투자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은캐피탈이나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 등 대형 벤처캐피털들의 지난 1월 한달 투자금액은 평균 20억원선에 불과했다. 투자조합 결성도 활발하지 못하다. 벤처캐피털의 강화된 사후관리도 업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따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거나 업체방문 심사횟수를 늘리고 있다. 이에따라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업무집행 방식을 놓고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마찰을 빚는 사례도 종종 생기고 있다. 그나마 벤처캐피털은 나은 편.개인투자자,이른바 엔젤은 찾아보기 힘들다. 벤처에 대한 투자가 마치 범죄처럼 비쳐지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아예 모습을 감춘 것.최근엔 테헤란밸리를 중심으로 몇몇 업체들의 게이트설까지 확산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업체가 다음 타자'라느니 'OO업체가 내사를 받고 있다'는 등의 루머가 밑도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있다. 벤처업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벤처단지를 감싸고 있다. 미국의 벤처중심지 실리콘밸리가 미국 경제 회생의 견인차가 되었듯이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어야 할텐테 요즘 테헤란밸리는 불신의 수렁에서 헤매는 것 같다. 입춘이 지나 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벤처기업의 봄은 언제쯤 올 것인가. 고경봉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