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신임 회장이 "경제단체의 e비즈화"를 주창하며 재계에 디지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운 "기업구조조정 전도사"에서 전국 5만여 상공인들을 "사이버 상의"로 응집시키는 "e비즈니스 연출가"로 변신중이다.

상의회장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9일 오후 대한상의 회관 5층 회장실에서 박 회장을 만나 IT(정보기술)를 통한 "상의 르네상스"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후 한 달이 지났는데 기업경영을 하실 때와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5월9일 취임하고 나서 정부 부처와 언론사에 인사다니고 해외출장 한 번 갔다왔습니다.

6월7일부터 본격적으로 상의 업무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제 생각과 상의 생각을 맞추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

상의 조직을 젊게 바꿔볼까 합니다"

-상의는 어느 경제단체보다 회원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 비해 그동안 그 역량을 집결시키는데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과거를 반성해보면 기업의 각종 준조세를 없애라는 정책 때문인지 회원들이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지금은 회비를 내는 회원사가 5만5천개 밖에 안됩니다.

옛날엔 동네 금은방도 모두 상의 회원이었지요.

2003년이면 상의가 임의가입단체로 바뀌는 것에 대비해 회원 늘리는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신임회장으로서 "상의 르네상스"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전자우편망 구축과 전자 카탈로그 제작지원입니다.

회원들에게 전자상거래로 묶지 않으면 2002년말 보신각종 땡 칠 때 회원 끈이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굴뚝산업에 정보통신의 날개를 달자"를 말한 것도 상의와 회원간의 유대관계가 깊어져 회원들이 회비를 낸 보람을 찾게 하자는 취지이지요"

-포털사이트 구축사업은 얼마나 진행됐나요.

"7월7월 시범 개통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회원들에게 홈페이지와 전자카탈로그를 제작해주기 위해 요즘 밤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를 한다고 난리인데 사실 한심합니다.

기초인 데이타 베이스(기업정보 구축)가 안돼 있는 데 말입니다.

자동차는 있는데 도로나 지도가 없는 격이지요.

어디를 갈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상의가 준비중인 데이타 베이스는 어디를 가서 무슨 물건을 살 지를 만들어주자는 겁니다"

-돈도 꽤 들겠네요.

"2백억~3백억원이나 듭니다.

상의가 인프라를 깔 때니까 정부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 정부가 도와줘야 돼요"

-지방 상의조직을 "네트웍"해서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인프라로 활용하는 야심적인 방안도 구상중이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서울 경제단체에서 보내는 수십페이지 짜리 자료가 지방 기업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없지요.

지방 기업인들은 신문기사를 보고 아는 정도입니다.

62개 지방 상공회의소중 홈페이지를 만든 곳은 14개 뿐입니다.

상의가 기업 업종을 세분화해 데이타 베이스화하면 야후나 라이코스는 굶어죽을 겁니다.

다른 내용을 찾는 데는 빠를지 몰라도 기업정보는 상의를 못따라 갈겁니다.

지방 상의가 제조업체 안내는 물론 음식점 여관 등 관광홍보까지 맡는 지역의 종합경제정보센터 역할을 해야지요.

-평균적인 상의 회원들의 e비즈니스 마인드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 정도에 따라서 회장께서 구상하는 청사진이 달라질텐데요.

"지방다니면서 매출액 20억~30억원 규모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서울 테헤란로가 이란의 테헤란로보다 멀다"고 말하더군요.

벤처가 자신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걸로 생각합니다.

3백만원을 들여 홈페이지를 만들면 무슨 이득을 보겠느냐고 말하더군요.

3천만원 들여 카탈로그 3천부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면 몇 부나 읽어보겠습니까.

99%는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겁니다.

그러나 홈페이지를 만들면 최소한 누가 얼마나 봤는지는 기록으로 알 수 있지요.

전자상거래는 어려운 거 아닙니다.

전자카탈로그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홈페이지는 부산물이고 기업의 역사와 생산품 등을 기록하는 데이타 베이스가 진짜입니다.

-이런 초기사업은 전략 홍보가 결정적으로 중요한데요.

"석세스(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홍보를 극대화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면 조카한테서 비싸게 사던 물건을 인터넷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게 바로 전자상거래의 기초입니다.

이런 상관습을 바꾸는 게 힘듭니다.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립겁니다"

-컴퓨터는 언제 배우셨나요.

"80년대초 미국에 가서 노트북 컴퓨터를 사서 배웠지요.

컴퓨터 원조세대라고 할까요.

재미있습니다.

마누라가 "나 끼고 사는 시간보다 더 많다"고 불평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컴퓨터를 켭니다.

어떻게 보면 중독자지요"

정리=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