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청와대측이 행정공백을 우려해 인사를 서둘러줄 것을 요구하는데도 지연
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외화위기 당사자에 대한 처리문제.

청와대측이 외환위기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전 청와대금융비서관과
금융정책실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으로 누구를 내보낼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재경부의 인사대상자들은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나머지 공무원들은 인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느라 제대로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의 고위관계자는 "인사권자가 여럿이어서 인사대상자 한 사람이라도
어긋나면 전체적인 판을 다시 짜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인사의 최대 변수는 윤-윤라인 으로 불리던 윤진식 전 청와대
금융비서관과 윤증현 전금융정책실장.

당초 이장관은 차관보자리에 영어가 능통하고 금융업무를 챙길수 있는
실무형 차관보를 원했다.

윤진식 세무대학장을 차관보로, 윤증현실장을 세무대학장으로 임명하려던
것으로 재경부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외환위기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판을 다시 짜야할
상황이 됐다.

ADB(아시아개발은행) 이사를 역임한 광주 출신의 L씨 등 의외의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1급은 물론 국장급과 과장급도 자리는 모자란데 사람은
많아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