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던 멕시코 사태와 비슷한 국제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경제및 금융지표작성에
관한 세계 표준안을 마련중이라는 발표는 의미하는 바가 적지않다.

우선 현재의 국제 금융체제에 대한 세계각국의 불안감및 국제 경제기구의
역할 강화를 엿볼수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의 경제동향은 그리 밝지 못한 실정이다.

일본과 독일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도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이밖에도 거품붕괴로 인한 일본의 금융위기, 통화통합을 둘러싼 유럽각국의
이해갈등,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과 같은 문제들이 쌓여 있다.

이에 비해 하루 평균 1조달러가 넘는 금융거래가 말해주듯 국제 금융시장의
통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만일 어떤 돌발사태를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멕시코사태와
같은 위기는 언제든지 재발될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균형 예산법안이나 일본의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어떻게 처리될지 불확실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선결과, 등소평사후 중국의
향방 등도 불투명하다.

흥미있는 것은 이번 일에 IMF가 적극 나섰다는 사실이다.

주요 통화의 환율불안이 심화될 때마다 준 고정환율제로의 이행, 국제경제
기구의 역할강화 등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국제 경제동향에 민감할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본다.

또 한가지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IMF가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브라질
멕시코 등 23개국에 대해 1~3개월마다 주요 경제정보의 제공을 요리라는
점이다.

단순한 통계자료의 제공이라면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

주요 경제지표및 금융통계의 작성은 우리도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문제는 우리를 포함한 23개국이 외국 빚을 많이 얻어 쓴 나라들로서 국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기 경보체제의 주요 대상국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오해의 소지는 있다.

빚이 많다고 하지만 총 외채에서 대외 자산을 뺀 순외채는 지난해 6월말
현재 173억달러로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지난 94년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외채비율은 각각 14.2%(총외채)와
2.7%(순외채)로 낮아졌으며 경상 외환수입에 대한 외채 상환비율도 5.3%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해에 외채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해서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걱정되는 것은 지난 78년이나 3저 호황기간등 몇해를 빼고는 경상수지가
만성적인 적자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100억달러에 육박했던 무역수지 적자의 내용을 보면 에너지수입액이
153억달러나 되고 곡물 수입액도 이에 못지 않게 많은 등 경직적인 요인이
크다.

이처럼 구조적인 취약점 때문에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자본-외환 시장의 개방을 늦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OECD가입을 서두르기에 앞서 국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경제는
어느나라 못지 않게 큰 타격을 받기 쉽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