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이상은 유성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분에 78번회전하는 이
유성기가 이젠 골동품이 되어버렸지만 우리민족이 창조한 전통음악
대중음악등이 음반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러나 깨어지고 마모되기
쉬워 1900년대초부터 발매된 5천여장의 유성기음반(고음반)이 거의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한국고음반연구회는 이런 귀중한 전통음악이 담긴 유성기음반에 대한
연구와 체계적인 정리작업을 하기 위해 음반수집과 연구에 뜻을 둔 이들이
지난89년3월에 결성한 모임이다.

유성기음반 수집의 한국의 대가이며 문화재전문위원인 이보형회장을
제외하고는 음악에 비전문가들이다. 단지 국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다.

연구회 결성전 88년9월 신나라레코드의 후원으로 만든 국내최초의
유성기복각음반 "판소리 5명창"은 국악레코드사의 한 획을 그으면서
유성기음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복각의 필요성을 제시해 주었다.

본연구회는 현재까지 복각음반을 7집까지 출반하고,매년 10월에
유성기음반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또 학술지 "한국음반학"을 매년
발행하고 있다. 3권의 "유성기가사집"도 출간했다.

우리는 분명히 취미로 모였지만 취미이상의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높은 가치를 지닌 취미생활은 희생을 요구한다. 학술지를 발간하고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석달전부터 바쁘게 준비해야 된다. 원고를
모으고 팜플렛을 만들고 전시장을 계약해야 한다. 또 학술대회 발표자와
전통음악 복원창 연주자를 섭외하고 밤을 새워 전시장 디자인을 장치한다.
이제는 문예진흥기금의 도움도 받지만 연구회를 위해서 사용하는 일체의
경비는 회원 개인 부담이다.

전시회를 치르고나면 모두 탈진상태가 되지만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우리의 전통음악을 살리는데 일조를 한다는 생각에 모두 뿌듯한 보람을
느끼며,예전보다 쉽게 국악음반을 만날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늘 수고하고 있는 회원으로는 회장를 비롯 배열형(휘경여중교사)
양정환(전한소리회회장) 노재명(서울음반)및 필자와 이진원(한국기술
대학원생) 권도희(서울대대학원생)씨등이 있다.

내년은 국악의 해이며 서울 도읍 6백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내년
전시회의 주제는 "서울의 소리"이다. 유성기음반에 묻혀있는 "서울의
소리"를 열심히 찾아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