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음식"김치"가 세계어로 되어버린것 처럼 언제부터인지
"빨리빨리"란 우리말이 국제어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한다. 최근
몇년사이에 급격한 템포로 해외진출을 해온 우리의 기업체들이 현지에
심어놓은 새 한국상이다.

해외진출 기업들이 많은 현지인들을 채용하고 이들을 지휘하는 한국인
간부들이 목이 메이도록 외쳐대는 말이 이"빨리빨리"이고 보니 현지인
근로자들이 제일 먼저 익혀서 아는 한국어가 "빨리빨리"일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동남아를 여행해 보면 현지인들이 한국여행객을 보면 그들쪽에서
먼저 "빨리빨리"를 연발한다. 속전속결로 살아온 우리사회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주한외국대사관들이 비자발급에 급행료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도 뒷거래가 성업중이라고 한다. 급행료에도 가지가지.
준급행,급행,초급행이 있고 그요금 천원단위에서 10만원단위로 껑충 뛴다.
급행료를 거두는 근거는 행정비 팩시밀리 비용등이 제시되고 있다.
"비자를 빨리 내주기위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수고비"라는 구실도
제시된다.

어처구니 없는 궤변들이다. 주재국으로부터 외교관 특권등 많은 특전을
누리고 본국으로 부터도 지위에 맞는 대우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화비 행정비를 비자신청자에게 추가로 징수한다는
것도 원초에 잘못된 발상이다.

문제는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오히려 우리쪽에서 부추긴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빨리빨리"신드롬에 걸려있는 우리네 성급한
사람들과 여행사들이 외국대사관의 직원들을 뻔질나게 불러내어 잦은
뒷거래를 하고 있어 이런 음성거래를 아예 공개징수로 바꿔버린 것이라는
풀이가 더 설득력을 갖는다.

차분하고 느긋한 심성되찾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외국나들이를
할 형편이면 한두주일전에 비자를 받아 놓을 일이다. 그리고 상용으로
해당국을 방문할 일이 있을것 같으면 수개월전에 수속을 끝내 놓을수 있는
일이다.

서두르지 않는 해외나들이를 하고 돌발여행,충동여행을 자제하면 이런
나라망신성 급행료징수 따위는 제풀에 꺾어지게 되어있다. "급행료"란 말
자체가 망신의 냄새를 잔뜩 품은 말이다.